각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를 늦추고자 국민에게 이동제한령을 강제하면서도 정작 지도급 인사들의 위반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눈총을 사고 있다.

적지 않은 국가에서 거리 두기 지침을 위반하면 벌금을 물리고 체포하는 등 강력한 공권력을 행사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모순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사진제공=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오스트리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수도 빈의 한 식당에서 자정이 넘게 머물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오스트리아는 지난 15일 이동제한조치를 조건부 해제하면서 식당 영업을 오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만 허용했다.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아내와 친구 2명과 함께 외출했다며 "수다를 떨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고 해명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핵심 측근인 도미닉 커밍스 수석보좌관도 코로나19 증세 속에서도 장거리 이동 사실이 드러나면서 야권의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커밍스는 3월 말 감염 징후를 보였지만 더럼의 부모 집을 찾는 등 400㎞를 이동했다. 더구나 당시는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주변으로의 확산이 우려되던 때였다.

영국 정부 지침에 따르면 커밍스는 자가격리 대상으로, 타지 이동이 제한된다.

봉쇄령을 위반한 것인데, 커밍스가 당시 더럼에서 50㎞ 정도 떨어진 관광지를 방문했다는 목격담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는 양상이다.

2주간의 격리를 거쳐 지난달 중순 업무에 복귀한 커밍스는 그러나 보건 규정을 어기지 않았다면서 관광지 방문도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도미닉 커밍스 영국 총리 수석보좌관(사진제공=연합뉴스)

앞서 영국에서는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언해 온 임피리얼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가 집에 애인을 부른 사실이 밝혀져 자문위원직을 내놨고, 스코틀랜드 최고 의료책임자 캐서린 칼더우드 박사도 별장 이동 사실이 드러나 사퇴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니다.

포드 자동차 공장 등 최근 잇단 외부 행보 중에 마스크를 쓰지 않아 도마 위에 올랐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 현충일 연휴 기간인 23∼24일 이틀 연속으로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라운딩했다.

미국 50개 모든 주(州)가 자택봉쇄령 완화 조치에 들어간 와중의 골프였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파트너들 누구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만명에 육박한 상황에서 그의 이런 행보가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은 지난 22일 브리핑에서 주말에 외출이나 골프·테니스를 할 수 있다면서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당부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일행이 23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골프를 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도 지난달 자택대피령을 무시하고 뉴저지의 골프클럽을 찾아 유대인 명절을 지내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다.

이방카는 그 2주 전에 SNS 영상으로 "집에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제발, 제발 그렇게 하자. 우리 모두가 확산을 늦추는 데 역할을 하자"고 강조한 터였다.

또 지난 3월 랜드 폴 상원의원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상태에서 6일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결국 그는 양성판정을 받아 격리됐고, 그와 접촉했던 밋 롬니 의원 등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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