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에 맞서 아프간 4개의 주에서 여성들의 시위가 열렸다. 이들은 여성들의 교육·일할 기회 보장과 새 정부 모든 계층에 여성도 참여시킬 것을 요구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15일 탈레반 재집권 후 대부분 집 안에 머물며 외출을 삼가다 이달 들어 점차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마자르이샤리프까지 4개 주에서 거리시위를 벌였다.
이달 2일 아프간 서부 헤라트에서 여성 50여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고, 3일과 4일에는 수도 카불과 아프간 남서부 님로즈에서 여성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거리를 행진했다.
여성들은 "90년대로 돌아갈 수는 없다", "내각에 여성을 포함해달라", "여성이 빠진 새 정부는 무의미할 것" 등의 구호를 외쳤고, 총을 든 탈레반 병사들 앞에서도 "우리는 함께다. 겁내지 말자"고 외치며 대열을 지켰다.
마자르이샤리프에서 열린 시위는 평화적으로 끝났지만, 앞서 카불의 여성시위는 탈레반이 최루탄을 터트리고 경고사격을 하면서 강제 해산됐다. SNS에는 해산 과정에 피를 흘린 여성의 사진이 퍼지기도 했다.
과거 탈레반의 5년 통치(1996∼2001년) 시절, 아프간 여성들은 교육·일할 기회를 빼앗기고, 전신을 가리는 부르카 없이 외출이 불가능했다. 강제 결혼도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그러나 탈레반에서 벗어난 지난 20년간 여성은 교육을 받았고, 랑기나 하미디(45) 교육부 장관과 자리파 가파리(29) 시장처럼 고위직에도 진출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과거의 억압을 다시 받지 않고자, 스스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탈레반은 지난달 15일 20년 만에 재집권 후 "여성 인권을 존중하겠다"고 대외적인 유화 메시지를 내놓으며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달 4일 탈레반 교육 당국은 새롭게 마련한 규정을 기반으로 아프간 사립 대학에 다니는 여성들은 목부터 전신을 가리는 아바야를 입고 눈을 제외한 얼굴 전체를 가리는 니캅을 쓰도록 명령했다.
[백유진 인턴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