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분당의 대형교회 담임목사가 안식년을 맞아 택시운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것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아마도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성도들의 애환을 직접, 가까이에서 경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한다.
 
 ▲평일에 대리운전과 택배 등으로 이중 사역을 하고 있는 박종배 목사. ⓒ데일리굿뉴스

하지만 단편적으로 성도들의 삶을 체험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대형교회의 안정적인 삶을 버리고 대리운전을 하면서 교회를 개척해 성도들의 애환을 직접, 가까이서 경험하고 있는 박종배 목사(하늘뜻푸른교회)를 소개한다.

특히 그는 작년 10월 8년차 개척교회 목사의 처절한 실패담, 그리고 사랑하는 한국교회에 고하는 사이다 같은 쓴소리들을 담아 '넵, 고객님! 대리운전 목사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책을 출간했다.
 
 ▲개척교회 목회 외에도 대리운전 등을 하며 일하는 목회자로 사역하는 박종배 목사가 자신의 경험을 소재로 이 시대 맞춤형 목회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저서 ‘넵, 고객님! 대리운전 목사입니다’를 펴냈다. ⓒ데일리굿뉴스
이 책에서 박 목사는 대리운전과 택배일로 생계를 꾸려가며 목회를 병행하면서 겪은 처절하리만치 생생한 삶의 밑바닥 이야기들, 그리고 이웃을 섬기며 일상과 함께 가는 이 시대 맞춤형 목회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하늘뜻푸른교회의 푸릇푸릇한 행보와 목회 이야기를 한 편의 리얼한 소설처럼 기록했다.
 
Q.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좀 더 안정적인 사역이 가능한데 굳이 힘든 개척의 길을 선택한 이유는?
 
A. 중학교 2학년 때 목회자로 부름을 받았었다. 개인적인 체험도 했다. 하지만 목회자들이 힘들어 보였다. 늘 양복 입고 심방 다니고 하는 것이 어려워 보였다. 그러다가 좀 늦게 신학을 했고 여의도순복음교회 부교역자로 일할 기회도 얻었다. 여기서 더 쉬운 목회의 길을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나는 언젠가는 개척을 한다는 마음을 늘 갖고 있었다.
 
그렇게 아이들이 자랄 무렵, 오산리 최자실금식기도원에서 1년 머무르면서 개척을 준비했고, 개척지로 강릉에 내려왔다. 2012년 6월 강릉시 교동에 하늘뜻푸른교회를 개척했다. 개척 멤버를 포함 10명 넘게 모였다. 저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10년 넘게 부교역자로 지냈다. 그래서 기존에 해 오던 방식대로 목회하면 금방 자리 잡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예상은 엇나갔고 1년도 안 돼 '생활고'에 직면했다.
 
Q. 개척 후 생활고를 타개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들을 했나?
 
A. 우연한 기회에 목회멘토링사역원(대표 김종희)이 주최한 목회자 멘토링 컨퍼런스에 참가한 뒤 이중직으로 살아가려고 마음을 굳혔다. 주변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을 가지고 이중직을 실천하는 목회자들을 보고 참 많은 용기를 얻었다. 별다른 기술이 없었던 나는 그동안 대리운전을 시작으로, 택배, 부식 납품 등을 했다. 지금은 대리운전에 전념하고 있다.
 
개척 교회 목사가 된 후로 더욱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하루도 빠짐없이 대리운전을 한다. 주일에도 쉬지 않는다. 성탄절에도 일한다. 교회와 목회를 위해서는 물론 먹고살기 위해서 하루도 빠짐없이 일하고 있다.
 
 ▲전도사역에 나선 박종배 목사. ⓒ데일리굿뉴스

Q. 이중직 목회에 따른 개인적인 변화는?
 
A. 성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가 달라졌다. 전에는 성도들을 ‘관리’했다면 이제는 ‘관계’하기 시작한 것이다. “성도들에게 ‘이렇게 하세요, 저렇게 하세요’ 지시하는 관리에서 이제는 같이 울어주고 같이 기뻐해주는 ‘관계’를 맺게 됐다.”
 
또 교회를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교회라고 하면 흔히 생각하는 건물과 강단이 있어야 된다는 전형적인 사고가 깨졌다. 성도라면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야 되는데 우리는 교회의 빛과 소금이 되는 목회를 하고 있다. 대리운전과 부식배달, 택배를 하면서 더 이상 나의 성도가 교회 사람들로만 국한된 게 아니라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목회의 대상이 됐다.
 
처음엔 대리운전을 하러 갈 때 나를 알아 볼까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나갔는데 마음이 자유해지면서 내가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이 보내주신 사람’으로 보인다.
 
Q. 일하는 목회자의 가장 큰 어려움과 극복 방법은?
 
A. 어느 날 여의도순복음교회 후배 목사가 승진했다는 소식을 듣고 스스로가 처량해 보이던 날이 있었다. 내가 일하는 택배회사는 큰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화물로 보낼법한 물건들을 택배로 배달하는 중이었다.
 
물건들을 싣고 있는데 그때 택배 차 앞뒤로 아이들을 태운 학원 차에서 ‘앞으로’라는 동요가 흘러나왔다. 그날 아침 묵상한 말씀이 사도행전 1장 8절이었다.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는 말씀이 떠오르면서 마치 뒤통수를 맞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서 있는 곳이 세상의 시작과 끝이라는 깨달음에 또다시 나의 일터가 곧 목회지가 되는 순간이었다.
 
누군가와의 비교가 정말 자신을 힘들게 만드는데 그것에서부터 자유로워지길 부탁드리고 싶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답게’ 목회하는 것이다. ‘나답게’가 뭘까? 그것은 하나님이 나를 이곳에 보내 주셨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다. 내 후배나 동기들이 잘 나가는 것을 나는 ‘나답게’ 목회하는 것으로 이겨 나가고 있다. 그러자 점차 다른 목회자와의 비교에서 자유로워졌다.
 
일하는 목회자는 일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교회의 성도들을 섬기고 시간을 안배하는 것이 힘들다. 일과 목회를 병행할 때 체력적 날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그래서 시간 관리와 우선순위를 정하는 문제가 잘 훈련되시길 당부하고 싶다.
 
Q. 앞으로의 계획은?
 
A. 우리교회의 비전은 ‘서로 함께’다. 교회의 모든 결정권이 목회자에게 집중되는 것을 막고 성도들이 함께 교회의 모든 일을 집행한다. 예수 그리스도가 교회의 주인 됨을 모든 영역에서 인정하며, 목사의 독주가 아닌 교회 구성원 모두가 서로 함께 주님 가신 그 길을 일상에서 살아내고자 노력하고 싶다.
 
 

[이은용 선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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