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터대 권득칠 총장ⓒ데일리굿뉴스
교회는 이 세상을 향하여 ‘하나님 나라와 그리스도의 복음을 선포함’으로써 하나님의 선교 사업을 위하여 부름을 받고 또한 보냄을 받은 사람들이 모인 믿음의 공동체이다.

동시에 하나님이 오늘 우리를 향해 베풀어 주시는 구원의 구체적 현실로서 ‘자유’와 ‘해방’을 경험하게 된다. 이와 더불어 역사 속에 나타내시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며, 그 뜻에 순종하기 위해 말씀과 기도를 통해 훈련하며 그리스도의 사랑 가운데 세상과 이웃을 섬기는 사랑의 공동체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회는 이 세상에서 이뤄지고 있는 모든 문제들 즉 개인 영혼의 구원과 같은 개인적 차원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구조와 자연 현실에 이르기까지 모든 역사적 현실의 문제들을 신앙 안에서 진지하게 다뤄야만 한다.

그 까닭은 우리 기독교의 하나님은 역사의 주인으로서 역사 안에서 역사적 사건을 통하여 활동하시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성서가 이를 분명히 증거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독일교회를 생각할 때면 필자는 늘 분단된 독일의 통일을 향한 기나긴 투쟁과 고난의 현장에 우뚝 서 있었던 교회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특히 ‘동독 민주화의 발상지’로 널리 알려진 라이프치히의 니콜라이교회의 모범을 소개하지 않을 수 없다.

니콜아리교회는 매주 월요일 오후 6시에 ‘평화를 위한 기도회(Friedensgebet)’를 개최해왔다. 대부분의 동독교회들도 이를 따라 자유·인권·환경 등의 주제로 기도회를 열었다. 이와 같은 다양한 기도회를 통해 동독의 교인들은 신앙 안에서 동독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들에 대한 확고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동독 내의 사회적 모순과 억압 구조가 결국은 민족 분단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인식 아래 분단 상황 극복을 향한 대중 투쟁의 현장으로 나서게 됐다. 이를 통해 교회는 침묵하는 다수 동독인들을 대상으로 통일의식을 일깨우는 데 앞장섰던 것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2차 세계대전 전후 세계는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를 대표하는 미·소 양 진영으로 나눠져 대립하고 있었다.

항상 고도의 긴장이 감도는 냉전의 국제정치 상황에서 일촉즉발의 위기가 존재했던 것이다. 더욱이 미·소 양국의 군사력과 국가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분단 상황이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동·서독 교회들은 신앙적 일체감을 바탕으로 그리스도의 사랑과 동포애를 서로 나눴다.

특히 서독교회는 교회 내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분단 상황으로 인한 신앙적 핍박을 막고, 물질적으로 고통 받고 있던 동독교회와 물질의 나눔과 더불어 신앙 안에서의 교제를 끊임없이 이어왔다.

이러한 구체적인 신앙적 일체감은 동독교회와 교인들로 하여금 암담한 현실 가운데에서도 민주화 실현을 위한 공산 독재 정권과의 기나긴 투쟁을 인내하며 감당해낼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더 나아가 민족 통일을 향한 큰 소망을 늘 간직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이제 남북 분단 70년을 넘은 우리 한반도에 하루속히 민족통일의 선물이 주어지기를 염원하는 우리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은 독일교회의 사례를 참고하고 본받아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600여 년 전 선지자 에스겔을 통해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 민족에게 주어졌던 민족통일을 통한 민족구원의 약속인 “내 손에서 하나가 되리라”(겔 37:19)고 하신 말씀을 오늘날 우리 민족을 향한 하나님의 약속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갈등 요인들과 구조적 모순들이 결국은 민족분단으로부터 기인한다는 역사인식과 함께 그리스도 사랑의 선포자로서 복음의 빛 가운데 민족구원의 길인 통일의 길을 준비해야만 할 것이다.

[권득칠 총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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