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백인 경찰의 과잉진압으로 흑인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인종차별 문제를 다룬 영화가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바로 영화 ‘그린 북(Green Book)’이다. 비로소 우리 사회가 인종차별에 관해 진지한 접근을 하게 된 지금, 영화가 담고 있는 함의는 많은 생각거리와 과제를 던진다.
 
 ▲영화 ‘그린 북’ 스틸컷.

차별·편견 딛고 우정 쌓다

20세기 내내 자행된 인종차별 아래 무고하게 희생된 수많은 조지 플로이드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분노를 표출했으나 안타깝게도 차별의 역사는 바뀌지 않고 있다.

여전히 ‘그린 북’ 시대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영화 ‘그린 북’은 이러한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 문제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린 북’은 1960년대 초 미국을 배경으로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토니 발레롱가(비고 모텐슨 분)와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셜라 알리)의 특별한 우정을 그린 작품이다.

토니는 돈 셜리의 운전사 겸 보디가드로 취직하고, 두 사람은 8주간 남부 콘서트 투어 여정을 함께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쌓아간다. 그들의 여정에는 인종차별과 편견이라는 주제도 함께한다.

영화의 배경인 1960년대는 백인과 유색인종의 구분이 엄격하며 인종차별이 극심했던 때다. 흑인 운동가 마틴 루터 킹 목사와 같은 영웅이 나타나 활동했던 시기기도 하다. 특히 이 시기 남부 지역은 흑인 차별이 심했다.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그린 북’은 남부를 여행하는 흑인에게 유색 인종들만 머무는 안전한 숙박시설, 식당을 알려주는 지침서를 지칭한다. 이런 가이드북이 존재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했는지를 보여준다.

‘흑인과 개는 사절’이라는 문구를 흔히 볼 수 있던 당시 세태는 영화 속 에피소드를 통해 낱낱이 드러난다. 두 사람이 투어 여정에서 겪는 사건·사고는 대부분 흑인에 대한 편견에서 비롯된다.

돈 셜리는 무대 위에선 최고의 뮤지션이다. 그의 화려한 피아노 연주가 끝나면 부유한 백인들은 박수와 환호를 보낸다. 거기서 끝이다. 무대 아래로 내려오면 상황은 달라지고, 백인들은 돈 셜리를 철저히 무시한다. 그 때문에 돈 셜리는 백인 화장실을 쓰지 못해 공연 중간에 차로 20분이나 떨어진 숙소까지 다녀와야 하고, 백인들과 같은 공간에서 밥도 먹지 못한다.

편견과 멸시에 대처하는 돈 셜리의 자세는 인내와 품위다. 폭력을 폭력으로 되받지 않는다. 일부러 용기를 내 남부 투어를 강행한 그는 흑인에 대한 높은 편견의 벽을 실감하고 갈등하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이를 곁에서 지켜본 토니는 말도 안 되는 논리로 흑인들을 차별하는 백인 사회를 경험하며, 스스로를 반성하고 잘못된 사회에 분노하게 된다. 토니도 사실은 인종 편견에 사로잡힌 인물이었다. 흑인 인부가 마신 컵을 아내 몰래 휴지통에 버렸을 정도다.

두 사람의 여행 전과 후는 모습이 다르다. 돈 셜리는 다혈질에다 직설적인 토니를 통해 자기감정에 솔직해지는 법을 배웠고, 토니는 흑인을 인생 친구로 두게 된다.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삶을 바꾸고 타인을 바라보는 관점까지 바뀌게 된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 영화는 흑인들이 겪어왔던 수많은 고충들과 그들을 부당하게 차별하는 백인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면서 과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나아가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을 개개인이 편견을 허물고 함께 유대감을 형성해나가는 것만으로 극복 가능한 문제라고 강조한다.

여전히 인종차별과 편견은 존재하고 있다. 최근 발생했던 조지 플로이드 사건이 이를 방증한다. 그렇기에 영화가 시사 하는 바는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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