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로 예수 사랑 실천한 철원 지역 교회
선배들의 순교 정신 계승하며 그 길 뒤따라
분열된 한국교회, 복음 통일 위해 하나 돼야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강원도 철원. 우리나라 최북단에 있는 철원은 해방 후 북한 땅이었다가, 휴전 후 남한으로 편입된 '수복지구'다. 그러다 보니 첨예한 이념 갈등 속에 하루아침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눌 수밖에 없었던 아픔과 비극이 서린 지역이다. 공산 치하와 전쟁이라는 뼈아픈 역사를 순교 신앙으로 계승하며 발자취를 따라 걷는 강원도 철원제일교회와 장흥교회를 찾아가 봤다.
 
 ▲철원제일교회 전경과 미군 폭격으로 무너진 구 철원제일교회 터(오른쪽) ⓒ데일리굿뉴스

목숨 걸고 지킨 신앙의 유산

포성이 멎은 지 67년. 강원도 철원에는 아직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구 철원제일교회도 그중 하나다.

구 철원제일교회는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에서 700m가량 내려가면 볼 수 있다. 6·25전쟁 당시 미군의 폭격으로 교회 건물 대부분이 파괴되어 지금은 전면 출입구 등 일부만 남았다.

구 철원제일교회는 이화여대를 건축한 윌리엄 보리스(William Merrell Vories)가 설계했다. 198평의 크고 아름다운 건축물은 그 가치가 인정되어 2002년 등록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됐다.

하지만 이보다 소중한 유산은 따로 있다. 일제강점기부터 공산 치하까지 무수한 박해 속에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았던 선배들의 신앙이다.

1942년 최초의 신사참배 거부 운동으로 순교한 강종근 담임목사를 비롯해 공산 치하에서는 교회를 중심으로 기독청년들이 반공 투쟁을 활발히 펼쳤다. 전쟁 중에는 김시성 장로가 공산군에 맞서 순교하기도 했다.

철원제일교회는 선배들의 애국정신과 순교의 신앙을 계승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2013년에는 무너진 터 옆에 복원기념예배당을 세우고 전시실도 마련했다.

이상욱 담임목사는 "비록 건물은 무너져있어도 우리 선배들의 신앙이 무너져있으면 안 된다"며 "선배들의 신앙을 계승하기 위해서 기념예배당을 건축하고 신앙공동체가 회복됐다는 것이 귀하고 가치 있다"고 말했다.

매주 목요일에는 '복음 통일'을 주제로 통일 기도회를 진행하고 있다. 북한 땅이 고난의 풀무불 속에서 건짐 받고 자유와 평화, 구원의 역사가 일어나길 바라는 소망에서다.

특히 이 목사는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복음 통일'을 위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목사는 "70년 하면 이스라엘 백성이 바벨론 포로에서 돌아와 하나님의 성전을 건축하고 회복됐던 것을 말한다"며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복음 통일을 원한다는 대명제 아래 하나 되어 기도하는 한국교회로 세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한다"고 밝혔다.
 
 ▲서기훈 목사의 마지막 목회지 장흥교회와 서기훈 목사 순교기념비(오른쪽) ⓒ데일리굿뉴스

이념 초월해 예수 그리스도 사랑 실천

순교 정신 계승은 철원제일교회를 모태로 한 장흥교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철원제일교회에서 10여 분 이동한 곳에 있는 장흥교회는 이념을 초월해 사랑과 화해를 실천하다가 순교한 서기훈 목사의 마지막 목회지다.

장흥교회 역시 해방 직후 공산 치하에서 기독 청년들을 중심으로 한 반공투쟁이 활발했다. 전쟁 당시엔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지만, "원수까지 사랑하라"는 서 목사의 신앙은 공산당을 감동시켜 장흥리 주민 100여 명의 생명을 구했다.

하지만 서 목사는 북한군 정치보위부에 끌려갔고 한 달 뒤 순교했다.

당시 13살이던 이금성 장로는 어느덧 백발의 노인이 됐지만, 그때 기억만큼은 생생하다. 지금도 서 목사의 이야기를 하면 눈물이 나온다는 이 장로. 그는 서 목사가 아니면 다 죽었던 생명이라고 회고했다.

이 장로는 "공산주의, 민주주의 따지지 않고 이웃을 위해서 오직 사랑으로 일했고 결국 목숨을 내놓았다"며 "목사님처럼 주님의 사랑이 몸에 밴 분은 아직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장흥교회는 선배들의 신앙과 순교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서기훈 목사 순교기념비와 신한애국청년회 충혼비를 건립하고, 매년 순교자 추모 예식을 드리고 있다.

십시일반으로 선교헌금을 모아 다른 지역 및 다른 나라에 교회를 세우는 일에도 나섰다. 전쟁 당시 한국교회가 받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작은 몫을 하겠다는 마음에서다.

6·25전쟁 70주년인 올해, 장흥교회는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한찬희 담임목사는 혐오와 갈등을 이야기하는 오늘날의 한국교회가 6·25 70주년을 회복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 목사는 "우리가 왜 서기훈 목사를 기억하냐고 묻고 싶다"며 "자기희생의 모습을 보여주는 신앙이 된다면 오늘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복음은 생명력있고 역사를 일으키는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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