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열린 인종 차별 항의시위의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美 시위사태 전세계 확산…역사상 가장 광범위
‘인종차별’은 방아쇠에 불과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종차별 문제가 뜨거운 이슈가 됐다. 미국 내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촉발시킨 조지 플로이드 사망 원인이 ‘목 눌림에 의한 질식사’로 확인되면서 인종차별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플로이드 추도’ 분위기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 진행됐던 시위가 평화적인 ‘추모 모드’로 돌아선 가운데 지난 6일 전 세계 곳곳에서 플로이드의 넋을 기리고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시차에 따라 아시아에서 유럽을 거쳐 미국으로 항의 시위는 이어졌고, 각국에서 ‘블랙 라이브스 매터(Black Lives Matter·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라는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리나라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100여 명의 참가자는 추모의 의미로 검은색 옷을 입고 피켓을 든 채 서울 명동에서 청계천 한빛광장까지 침묵 행진을 했다. 한빛광장에 도착한 행진 참가자들은 1분간 무릎을 꿇고 눈을 감은 채 사망한 조지 플로이드를 애도했다.

일본에서는 도쿄도(東京都) 시부야(澁谷)구 소재 JR 시부야역 앞 광장에 시민 약 500명이 모여 인종 차별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미국 경찰의 무자비한 대응을 비판했다. 이들은 “흑인의 목숨도 중요하다”, “차별을 멈추라” 등의 내용이 담긴 영어 및 일본어 피켓·현수막 등을 들고 행진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폴란드, 포르투갈, 스페인 등의 대도시마다 항의 집회가 열렸다. 영국 런던의 의회 광장에는 수천 명이 집결했고, 참가자들이 한쪽 무릎을 꿇은 가운데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1분 묵념을 이어갔다.

미국 시위 사태는 미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지역에서 집회가 이뤄진 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전에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일어났을 때, 많은 호응을 얻지 못하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 없이 흐지부지 끝난 것과는 대조적이다.

전문가들은 다른 여러 가지 맥락이 중첩되며 시위가 들불처럼 확산됐다고 보고 있다. 단순히 이번뿐만 아니라 그동안 이어져 온 잇따른 흑인 사망 등 여러 사건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 후 강화되는 양상을 보이는 백인 우월주의 문화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10만 명 넘는 미국 국민의 목숨을 앗아간 코로나 사태도 한몫했다.

뉴욕타임스의 칼럼니스트 미셸 골드버그는 최근 ‘미국은 불쏘시개 통-자유낙하하는 한 국가의 풍경’이란 칼럼에서 “지금 너무 많은 일이 미국을 불붙기 쉽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골드버그는 그 사례로 대량 실직, 살인적인 의료·경제적 불평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코로나19 사태, 할 일이 거의 없는 10대들, 경찰의 폭력, 2차 내전을 부추기는 우파 세력, 모든 불씨에 기름을 부으려는 대통령 등을 들었다.

그는 “이번 시위는 특정한 경찰 폭력의 사례로 촉발됐지만 유색인종, 특히 가난한 사람들에게 불평등하게 가해진 의료·경제적 황폐화의 맥락 속에서 발생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지적했다.

미네소타주 검찰총장 키스 엘리슨은 “많은 사람들이 두 달간 갇혀 있었고, 그들 중 일부는 실직했으며 일부는 집세를 낼 돈이 없다. 그들은 분노했고, 그들은 좌절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항의시위가 얼마나 더 오래 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차별과 불평등’에 관한 다양한 쟁점들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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