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려는 초강수를 두자 홍콩 시민들이 이에 맞서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직접 제정하려 하자 반발한 홍콩 시민들이 24일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로 몰려나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수천 명 홍콩 도심 모이자 경찰, 최루탄·물대포 쏘며 강경 진압

2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홍콩 번화가인 코즈웨이베이 소고백화점 앞에서는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 홍콩보안법과 '국가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

앞서 지난 22일 전인대 개막식에서는 외국 세력의 홍콩 내정 개입과 국가 분열, 국가정권 전복, 테러리즘 활동 등을 금지·처벌하고, 홍콩 내에 이를 집행할 기관을 수립하는 내용의 홍콩보안법 초안이 소개됐다.

또한, 홍콩 입법회는 오는 27일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모독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국가법 안건을 심의한다.

이날 시위대는 '하늘이 중국 공산당을 멸할 것이다(天滅中共)' 등의 팻말을 들고 "광복홍콩 시대혁명", "홍콩인이여 복수하라", "홍콩 독립만이 살길이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완차이 지역까지 행진을 시도했으며, 일부 시위대는 미국 국기인 성조기를 손에 든 모습이었다.

많은 시위 참여자는 2014년 대규모 민주화 시위인 '우산 혁명'의 상징인 우산을 쓰고 거리에 나섰다. 우산 혁명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우산으로 막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날 거리에 나온 홍콩 민주화 시위의 주역 조슈아 웡(黃之鋒)은 "내가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더라도 계속해서 싸울 것이며, 국제사회에 지지를 호소할 것"이라며 "우리는 싸워서 이 법을 물리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야당인 피플파워(人民力量)의 탐탁치(譚得志) 부주석은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으며, 경찰에 끌려가면서 "자유를 위해 싸우자! 홍콩과 함께!"라고 외쳤다.

경찰은 이날 시위에 대비해 8천여 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불법 시위가 벌어지는 즉시 엄중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홍콩 경찰은 이날 오후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지역에 모이자마자 최루탄, 최루 스프레이 등을 발사하면서 해산에 나서는 강경 대응 기조를 보였다. 경찰은 물대포도 동원했다.

경찰의 최루탄, 물대포 등에 맞서 시위대는 벽돌, 우산, 유리병 등을 던졌다.

경찰은 시위대가 코즈웨이베이 지역 상점들을 공격해 유리창을 깨뜨리고 길가에 폐품을 쌓아놓고 불을 질렀으며, 경찰 4명이 시위대의 공격으로 다쳤다고 밝혔다.

홍콩변호사협회는 시위 현장에 있던 변호사 1명이 시위대와 언쟁을 벌이다가 구타를 당해 머리에 피를 흘리는 중상을 입었다면서 폭력 행위를 비난했다.

소식통들은 이날 코즈웨이베이, 완차이, 침사추이 지역 등에서 경찰에 체포된 시위대가 200여 명에 달한다고 전했다.

이날 성완 지역에 있는 중앙인민정부 홍콩주재 연락판공실(중련판) 주변에도 많은 경찰과 함께 장갑차 등이 배치됐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에도 국가보안법 제정을 추진했지만, 50만 명에 달하는 홍콩 시민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국가보안법 반대"를 외치자 법안을 취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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