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연결부터 중보기도까지 온라인서 실시간으로 
코로나19 이후에도 성도 교제 활성화 계기 되길

 
 ▲서부교회 교역자들이 방송 시작 5분 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좌)송형섭 부목사 (우)임채영 담임목사ⓒ데일리굿뉴스

“방송 시작하겠습니다. 하이 큐~!”
“오늘도 아름다운 여러분들과 함께 꿈꾸는 다락방을 시작합니다. 첫 곡으로 ‘아름다우신’ 찬양 듣고 오시죠.”

방송 시작을 알리는 PD 사인을 이어받아 잔잔한 선율 위에 DJ가 오프닝 멘트를 한다. 방송 시작 30분 전부터 방송실 안엔 묘한 긴장감이 맴돈다. 사뭇 진지한 표정의 네 남자가 방송 준비에 여념이 없다. 서울 아현동 서부교회 임채영 담임목사와 송형섭 부목사, 이재무 부목사, 서문덕준 전도사가 그 주인공이다.

서부교회는 매주 수요일 8시 유튜브로 목사와 성도들이 만난다. 코로나19 여파로 교회 모임이 어려워지자 이에 대한 자구책으로 ‘라디오 모임’을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예배 실황 중계’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성도들 반응이 좋아 라디오 방식으로 바꿨다. 성도들의 공모를 통해 ‘꿈꾸는 다락방’을 줄여 ‘꿈.꾸.다’라는 프로그램 이름도 생겼다. 비록 자그마한 교회 방송실에서 간단한 장비만을 가지고 운영하지만, 방송에 임하는 열정만큼은 프로 DJ와 PD 못지않았다.

기본적으로 원고 준비에만 반나절 이상이 걸린다. 직접 원고를 작성하는 임채영 담임목사는 설교 준비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고 한다. 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종이 구석구석 빼곡하게 적혀있는 메모, 세 겹줄 이상의 밑줄만 봐도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짐작이 갔다. 두 명의 부목사는 큐시트를 작성하는 등 전체적인 총괄을 맡는다. 전도사는 자막, PPT 등 없어서는 안 될 감초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실시간 전화 연결부터 사연·간증 소개, 찬양 선곡까지 프로그램 구성도 탄탄하다. 코로나19 종식을 위한 기도 등 공통 기도 제목으로 함께 기도하고 성도들이 실시간 채팅으로 올려준 기도 제목을 갖고 다 함께 중보기도 하는 시간도 갖는다.
 
 ▲실시간 채팅으로 성도들이 기도제목을 나누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지금은 성도들 참여가 늘고 있지만 처음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있었다. 온라인 채팅에 익숙하지 않은 성도들은 ‘예배 중에 채팅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었다. 송형섭 목사는 “진행하면서 성도들에게 온 성도가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통’의 시간이라는 점을 많이 강조했다”면서 “지금은 오히려 40~50대 중장년층 참여율이 가장 높다”고 말했다.

준비하면서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이재무 목사는 “아무래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실수할까 봐 긴장되기도 하지만 이 시간을 통해 성도들과 더 가깝게 소통할 수 있어 이제는 오히려 기다려지는 시간”이라고 답했다. 서문덕준 전도사는 “평소 부끄럼을 많이 타는데 성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임채영 목사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기존 교회 모임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그는 “그동안은 성도들이 교회에 나와야만 만남이 이뤄지는 등 모든 사역이 주일에만 편중돼 있었다”며 “교회 밖을 나서면 신앙도 덩달아 무너지는 안타까운 현상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교회에 나와야만 할 수 있던 일들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예배에 대한 일부 우려 섞인 시선에 대해선 “꼭 교회에서만 신앙생활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정에서도, 내가 있는 삶의 현장 속에서도 충분히 신앙생활이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자리 잡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부교회는 코로나가 끝나도 계속 라디오 방송을 이어갈 계획이다.

임 목사는 “성도들이 이러한 주중 프로그램들을 통해 서로 격려하며 신앙 훈련을 하고 주일은 조금 더 많은 사람이 교회에 모여 함께 교제하고 찬양하는 방향으로 축제의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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