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덮친 에콰도르 과야킬이 '장례 대란'을 겪고 있다. 의료와 장례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다른 원인으로 사망한 시신들도 제때 수습되지 못해 길거리 등에도 시신이 널브러져있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에콰도르 과야킬의 한 병원 옆에 놓인 관(사진 제공=연합뉴스)

과야킬 당국은 지난 3일간 군과 경찰이 시내 거리와 집에서 150구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당국자는 장례 시스템에 차질이 생겨 시신이 여러 날 동안 수습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 데 대해 사과했다.

과야스주의 주도인 항구도시 과야킬은 인구 270만 명가량의 에콰도르 제2 도시다.
에콰도르는 브라질, 칠레에 이어 중남미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은데, 현재까지 확진자 3천163명 중 절반가량이 과야킬에서 나왔다. 에콰도르 전체 코로나19 사망자는 120명이다.

에콰도르 정부 관계자들은 통계에 잡히지 않은 수십 명의 사망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과야킬에선 며칠째 집안에 방치된 가족의 시신을 수습해 달라고 호소하는 메시지가 소셜미디어에 잇따랐다. 로이터통신은 거리에 파란 천이 덮여 있는 시신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사망자가 다 코로나19 희생자는 아니다. 과야킬에선 일 평균 40명이 자연사한다고 EFE통신은 보도했다. 엘코메르시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에콰도르에서 자연사한 사람의 절반 가까이가 집에서 사망했다.

다른 질병을 앓던 사람이 코로나19로 의료가 마비되면서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사망한 경우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

집에서 사망한 시신은 당국이나 장례업체가 와서 수습해야 하지만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작업에 차질이 생겼다.
 
▲에콰도르 과야킬 거리에 놓인 시신(사진 제공=연합뉴스)

처리해야 할 시신도 늘어나는데 오후 2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하루 중 15시간이 통행 금지로 묶인 데다 일부 장례업체는 코로나19 사망자일지도 모를 시신의 수습을 꺼렸다. 병원에서 사망한 시신 역시 제때 옮겨지지 못했다.

결국 수습되지 못한 시신이 계속 쌓여만 가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이들은 제대로 된 장례조차 치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지난달 30일 남편이 고열과 호흡 곤란에 시달리다 사망했다는 카리나 라레아는 AP통신에 "검은 비닐봉지로 싼 남편의 시신이 여전히 거실에 있다"고 말했다. 남편을 잃은 슬픔과 함께 가족이 모두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찾아왔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에콰도르 당국은 군인과 경찰이 동원돼 시신 수습과 매장에 나섰지만 여전히 방치된 시신도 많다.

레닌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은 이 지역에 코로나19 사망자를 집단 매장할 공동 묘지를 만들겠다고 밝혔다가 비인간적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계획을 철회했다.

과야킬 시정부 대변인은 정부가 운영하는 묘지에 시신 2천 구를 수용할 수 있다며 "한 사람씩 존엄하게 매장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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