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끼지 않은 채, 봄 기운을 느껴보고 싶은 요즘이다. 얼마 전, TV에는 개나리가 가득 핀 한 공원의 모습을 비춰줬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다보니 잠시나마 산책을 나가 봄을 느끼고, 만물의 소생을 지켜봄이 얼마나 소중한 일상이었는지를 깨닫게 한다. 책을 통해서라도 길을 따라 걷는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마흔 이후, '길'에서 찾는 삶의 이정표
▲더난출판사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 박대영 지음 (사진제공=더난출판사)


우리나라 사계절을 담은 50여 장의 사진과 길 위에서 느낀 따스한 감상을 담은 책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출간됐다.
 
27년 차 방송기자인 저자가 마흔 이후의 삶에서 느끼는 인생의 낭만과 행복을 도보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국내 도보 여행의 명소 24곳을 사진 50여점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길, 매력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전국의 다양한 길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막이나 정글 같은 극한의 오지를 탐험하는 내용도 아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와 같은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다. 그저 감악산 바위틈에 핀 들꽃을 시작으로 숲길, 바닷길, 둘레길 가리지 않고 걸음을 옮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옛 사람들의 어떤 삶이 있었을까 반추해보기도 하고,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혼자서 걸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보이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 선자령 풍차길의 모습. (사진제공=더난출판사)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는 저자의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해 나와있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혼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시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온전하고 여유롭기에 길이 들려주는 풍성한 이야깃거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한다.
 
▲ 강화 나들길 제2코스 (사진제공=더난출판사)

"길은 저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어, 어느 길을 걷든 나름의 풍취에 취할 수 있다. 해안길은 해안길이라 좋고, 또 논둑길은 논둑길이라서 좋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은 다음 길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어 또 좋다.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걷는 이의 마음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가려서 걷는다고 그 길이 항상 꽃길이기만 할 것인가. " P. 247 파도에 씻기지 않는 흔적 중에서
 
봄이 왔지만 봄이 왔음을 실감하기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봄 햇살은 어느 결에 마스크 쓴 얼굴에도 살랑살랑 내려앉아 만물의 소생을 알리게 될 것이다. "세계는 어느 한순간, 어느 풍경 하나에도 담겨 있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마음의 눈과 귀를 열고 인생과 시간을 음미할 수 있길 바란다.

박대영/ 더난출판사/320쪽/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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