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이후, '길'에서 찾는 삶의 이정표
우리나라 사계절을 담은 50여 장의 사진과 길 위에서 느낀 따스한 감상을 담은 책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가 출간됐다.
27년 차 방송기자인 저자가 마흔 이후의 삶에서 느끼는 인생의 낭만과 행복을 도보여행이라는 테마를 통해 자유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국내 도보 여행의 명소 24곳을 사진 50여점과 함께 소개한다. 저자는 <길, 매력에 빠지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 제작을 통해 전국의 다양한 길을 마주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사막이나 정글 같은 극한의 오지를 탐험하는 내용도 아니고,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을 때와 같은 거창한 의미를 담고 있지도 않다. 그저 감악산 바위틈에 핀 들꽃을 시작으로 숲길, 바닷길, 둘레길 가리지 않고 걸음을 옮긴다.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옛 사람들의 어떤 삶이 있었을까 반추해보기도 하고, 어린시절의 추억을 되새기기도 한다. 혼자서 걸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보이는, 소박하지만 특별한 무언가를 발견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지름길을 두고 돌아서 걸었다>는 저자의 마흔 이후의 삶에 대해 나와있다. 마흔이라는 나이를 '혼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시기라고 표현한다. 스스로 온전하고 여유롭기에 길이 들려주는 풍성한 이야깃거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고 말한다.
"길은 저마다 나름의 특색이 있어, 어느 길을 걷든 나름의 풍취에 취할 수 있다. 해안길은 해안길이라 좋고, 또 논둑길은 논둑길이라서 좋다.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길은 다음 길이 어떤 모습일지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어 또 좋다. 사람 사는 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걷는 이의 마음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 가려서 걷는다고 그 길이 항상 꽃길이기만 할 것인가. " P. 247 파도에 씻기지 않는 흔적 중에서
봄이 왔지만 봄이 왔음을 실감하기 어려운 시기다. 하지만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봄 햇살은 어느 결에 마스크 쓴 얼굴에도 살랑살랑 내려앉아 만물의 소생을 알리게 될 것이다. "세계는 어느 한순간, 어느 풍경 하나에도 담겨 있었다"는 저자의 말처럼 마음의 눈과 귀를 열고 인생과 시간을 음미할 수 있길 바란다.
박대영/ 더난출판사/320쪽/ 1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