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이 보이지 않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온 나라가 지쳐가고 있다. 하루에 수백 명씩 확진자가 쏟아지면서 우리나라는 바이러스와 전쟁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 아무것도 아니라고 여겼던 바이러스가 무고한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고 한 나라를 뒤흔들 만큼 치명적인 존재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도대체 바이러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파괴성을 갖는 걸까.  
 
 ▲각종 감염병으로 인한 '판데믹' 공포가 커지고 있다.(사진=Pixabay)

공포의 판데믹 시대 진입

“우리는 앞으로 파도처럼 끝없이 밀려드는 새로운 감염병 대유행(판데믹·Pandemic)을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

스탠포드대학교 생물학과 교수이자 세계적인 바이러스 전문가 네이선 울프는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에서 인류가 ‘새로운 판데믹 시대’에 진입했다고 경고한다.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를 의미하는 판데믹은 ‘모두’를 뜻하는 그리스어 pan과 ‘사람’을 뜻한 demos가 합해진 단어다. 두 대륙 이상 넓은 지역에 걸쳐 발생하는 강력한 감염병에 해당할 때, WHO(세계보건기구)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인 ‘판데믹’을 선언한다. 

판데믹에 속한 대표적인 질병에는 14세기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몰살시킨 ‘흑사병(페스트)’과 1918년 전 세계에서 5,000만 명 이상 사망자를 낸 ‘스페인독감’ 등이 꼽힌다. WHO 설립 이래 판데믹을 선언한 경우는 1968년 홍콩 독감과 2009년 신종플루 등 두 차례뿐이었다. 

감염병 학자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가 이미 판데믹 상황에 이르렀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바이러스가 확산하며 대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번 코로나 사태는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서막일지도 모른다.

실제로 인류는 앞으로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의 위협에 더욱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게 저자의 분석이다. 그에 따르면, 과학기술의 발달은 오히려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요인이 됐다.

교통의 발달은 사람뿐만이 아니라 병원균에도 새로운 연결망을 생기게 했고, 전에는 적은 개체군 내에서 생존조차 힘들었던 병원균까지 번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과거에는 제자리에만 맴돌던 감염균들이 새로운 이동로를 찾게 돼 어디서든 만나 새로운 모자이크 병원체를 형성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이로운 과학발전으로 우리는 많은 치명적인 질병을 척결할 수 있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개체들 간의 생물학적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진입했으며, 그로 인해 달갑지 않은 부산물들이 생겨났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진화를 거듭하는 신종·변종 바이러스…조기발견 관건
 ▲바이러스 폭풍의 시대, 네이선 울프, 강주현 옮김. 김영사


그가 우려하는 최악의 상황은 확산력은 높으나 치사율이 낮은 바이러스와 확산력은 낮아도 치사율이 높은 바이러스가 유성생식을 통해 결합하는 경우다.

예컨대 확산력이 높은 신종인플루엔자(H1N1) 바이러스와 치사율이 높은 조류인플루엔자(H5N1) 바이러스가 한 사람의 몸 안에서 만나 돌연변이를 일으킬 때 인류에게 파국적 재앙을 불러올 ‘바이러스 폭풍’이 밀어닥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빠르게 예측하고 대응하느냐의 문제다. 병원체가 대유행병으로 번지는 것은 절반의 책임은 병원체 자체의 위험에 있지만, 나머지 절반은 사회의 대응 실패 탓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가 ‘국제바이러스 예보 GVF(Global Viral Forecasting Initiative)’ 연구소를 설립하고 세계 전역의 병원균 빈발 지역에 ‘정보수집초소’를 설치해 운용하는 것도 전염병을 조기발견하고 대응하기 위함이다.

저자는 책에서 ‘판데믹 예방’이라는 매혹적인 신세계를 설명한다. 질병의 최전선에서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를 박멸할 수 있는 범세계적인 면역체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을 소개한다. 또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이 향후 돌발적으로 발생하는 대유행 전염병 바이러스를 조기에 탐지할 수 있는 방법을 어떻게 완전히 바꿔놓으려 하는지도 살펴보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는다.

결국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국가와 시민이 감염병 관련 정보를 이해하고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위험 판단능력’을 갖추자”는 것이다.

“우리는 새로운 판데믹의 위험이 만연된 세계에서 살고 있다. 우리가 판데믹을 예측하고 예방하기 위해서 훨씬 효과적으로 행동해야 하고,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는 생각은 원대하지만 단순한 생각이다. 그러나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가 그 일을 순조롭게 해내어 ‘최후의 역병’이라고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시대, 즉 우리가 판데믹을 완벽하게 포착하고 저지하는 데 성공하여, 판데믹이란 단어조차 사전에서 지워버리는 시대까지 꿈꾸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굿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