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코로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데일리굿뉴스


그 동안 행방이 묘연했던 이단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지난 2일 국민에게 사죄한다며 공식석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이 교주는 무릎까지 꿇으며 사죄한 뒤 해명에 나섰지만,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이라는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명단제출에 문제가 없다는 변명만 늘어놓을 뿐 신천지 신도들 사이에서 바이러스가 확산될 때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신천지의 지도자는 부모와 같고 신도들은 자녀와 같습니다. 죽음에 이르기까지 무서운 병이 돌고 있는데 누가 가만히 있겠습니까"

이 같은 이만희 교주의 말이 무색하게 양성 판정을 받은 신천지 신도는 늘고 있다. 대구시는 4일 기준으로 신천지 신도 1만 900여 명 가운데, 지금까지 72.5%가 진단 검사를 받았고, 이 가운데 55.4%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양성 판정 이후 신천지임을 밝히거나, 증세를 감추고 생활을 이어가다 집단시설,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감염을 확산시키는 사례가 드러나 세간의 질타도 이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 10명 중 9명(전체 93%)이 신천지 신도이거나 이들의 가족·지인·접촉자였다는 조사도 나왔다. 이는 정부가 확보한 신천지 신도 명단을 토대로 2일 기준 누적 확진자 4,212명에 대한 신천지 관련성을 조사한 결과다.

 

실제로 기자가 가평연수원 인근의 주민들을 만났을 때에도 신천지 신도들이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 속에서도 마스크를 대부분 착용하지 않고 다녔다는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경기 가평군 '평화의궁전'이라 불리는 이만희 교주의 별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N' 오피스텔. 신천지 증거장막 빌립지파와 요한지파 신도들이 주로 드나들었다.ⓒ데일리굿뉴스


"마스크 착용" 공고 무시한 신천지

신천지 신도들이 드나들었다는 한 오피스텔을 찾아가봤다. 가평 이만희 교주 별장에서 차로 30여 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이 건물은 전 층 대부분이 신천지 센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1층은 교리공부방, 7층은 200명 가량 되는 신천지 신도들의 예배당으로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 건물은 지난달 24일 경기도 방침에 따라 전 층에 폐쇄조치가 내려져 오피스텔 거주자를 제외한 외부인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때문에 기존에 거주하던 신천지 신도 5명만 출입을 하고, 신천지 종교 집회는 중지된 상태라고 건물관리인은 밝혔다.



3년 째 매일 신천지 신도들을 마주하고 있다는 건물 관리소장 A씨는 "코로나 사태 이후에도 신천지 신도들이 마스크를 잘 착용하지 않고, 타 지역에서도 활발히 드나드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그는 "공고 붙이고 말로 해도 마스크를 도무지 안 썼다. 현수막과 코로나19 예방 포스터를 건물 전체에 부착하기도 했지만 소용없었다"며 "그러고 나서 4~5일 뒤 대구 신천지 감염 확산 사태가 터졌다"고 설명했다.

 

A소장과 입주민에 따르면 신천지 신도들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으로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건물소장이 마스크를 안 쓰면 내부 진입을 막으니 입구에서 마스크를 썼다가 건물로 들어가면 바로 벗는 식으로 착용을 해왔다는 것이다.

 

 ▲1월 말부터 오피스텔 내부에 붙어있던 공고문ⓒ데일리굿뉴스


주민들, 신천지 매일 모여서 뭐하는지 전혀 몰라

이단 특성상 폐쇄적인 구조를 취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가평의 신천지 센터 주변 상인들은 주로 20-30대 젊은 층의 사람들이 매일 건물을 드나들며, 베일에 쌓인 것 같은 활동을 해왔다고 목격담을 털어놓았다.

 

자동차정비소를 운영하는 주민 B씨는 신천지 신도들이 센터를 매일같이 드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천지 사람들이) 오전 8시 30분부터 9시 사이에 몇 십 명 씩 매일 저 건물로 들어갔다"며 "나이 먹은 사람은 없고 다 보면 20~30대 청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주변 음식점 주인 C씨는 "건물 폐쇄 전에는 신천지 신도들이 엄청 많이 보였다"며 "버스나 지하철, 택시를 타고 와서 길 건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신천지 시설은 점검이나 확인 같은 공적인 일이 있을 때도 함부로 들어갈 수 없는 은밀한 곳이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피스텔 관리소장 A씨는 "신천지가 쓰는 공간은 관리소장 뿐 아니라 소방 점검하러 온 소방서 직원도 못 들어가는 곳"이라며 "심지어는 경찰이나 군청 공무원이 일이 있어서 방문을 해도 꼭 신천지의 허락을 받아야 들어갈 수 있으니 그 안에서 뭘 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도 했다.

신천지 신도들이 남긴 흔적 때문에 불만을 얘기하는 주민도 있었다.

오피스텔에 산다는 한 주민은 "신천지 신도가 수백 명 모이는 다음 날이 되면 건물 안에 먼지가 큰 뭉치가 되어서 날아 다닌다"면서 불만을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1년 전 쯤엔 공용화장실에 블라우스, 바지 같은 옷도 버려져 있었는데 신천지 애들이 버린 물건들이 수두룩 했다"고도 말했다.

 

현재 이만희 교주와 신천지는 현재 감염병예방법 위반과 살인죄, 횡령 등 혐의로 대구시와 서울시, 신천지피해자단체 등에 의해 고소·고발을 당한 상태다. 신천지가 "투명하게 제출했고, 문제가 없다" 주장하는 신도 명단도 여전히 '엉터리'란 의혹이 계속 되고 있다. 이만희 교주가 직접 나선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사태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 명쾌한 답변을 내놓지 못한 만큼, 이들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건물 1층 신천지가 운영한다는 카페 외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일반 카페와는 다르게 내부를 볼 수 없도록 벽과 문이 코팅돼있다.ⓒ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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