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현실이 더 영화 같고 영화가 더 현실 같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커지는 요즘, 이런 현실을 예견한 듯한 일련의 영화들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수년 전 개봉한 영화에 담긴 바이러스 확산 양상이 현 상황과 상당 부분 닮아있어서다. 바이러스 영화 속 이야기를 따라가 보며 지금의 현실을 비춰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관련 소재 영화들이 재조명 되고 있다.

더 위협적인 '인간의 공포' <컨테이젼>

개봉 당시엔 미래에 대한 경고였을 영화 ‘컨테이젼’. 현재 신종코로나 감염증 양상과 매우 유사한 묘사로 ‘예언적 영화’라 불리며 가장 주목받고 있다. 9년 전 영화이지만, 지금의 상황을 떠올리기 충분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감염자가 만졌던 물건을 만지는 등 단순 접촉만으로도 전염되면서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내용. 제목인 ‘컨테이젼(Contagion)’은 접촉에 의한 감염, 전염병을 뜻한다. 영화 초반부터 감염의 경로를 세밀하게 보여주며, 사람들의 이동과 접촉이 빈번한 지금 시대에 감염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될 수 있는지를 확인시켜준다.

영화는 홍콩 출장에서 돌아온 여자가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며 사망하면서 시작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접촉을 통해 이뤄진 전염은 얼마 되지 않아 세계 전역으로 번진다. 미국 질병통제센터·세계보건기구 전문가들은 최초발병경로를 조사하고, 이 과정에서 가짜뉴스가 범람하며 대중이 공포에 휩싸인다.

여느 재난·질병 영화와는 달리, 바이러스 자체보다는 그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현상과 사람들의 입체적인 모습을 주로 비춘 것이 특징이다.

영화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은 개봉 당시 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바이러스는 바이러스 일 뿐, 이데올로기가 아니다.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공포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제는 영화 아닌 '현실' <감기>

감염 속도는 초당 3.4명, 치사율 100% 전례 없는 호흡기 바이러스로 패닉상태가 된 대한민국. 2013년 개봉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의 모습이다. 홍콩에서 한국으로 밀입국한 사람을 통해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가 퍼져나간다. 빠르게 확산하는 바이러스에 사람들의 공포감은 극에 달한다. 바이러스로 인해 대형마트가 폐쇄되려 하자 식자재를 주워 담기 바쁜 사람들의 큰 소동이 일어나기도 한다.

영화에서 정부는 바이러스가 더 많은 곳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바이러스의 진원지를 폐쇄한다. 감염이 시작된 ‘분당’을 폐쇄하며 감염자와 비감염자들을 분리해 캠프에 수용한다. 감염자 중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을 끌고 가 소각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원인 미상의 바이러스가 확산된다는 점, 바이러스 공포에 빠진 대중이 물건 사재기를 하는 모습, 국가의 안일한 대응까지 상당 부분 현 상황과 맞닿아 있다.

실제로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을 비롯한 후베이성 외에 중국 14개 성·시는 7일 기준, 확산을 막기 위해 봉쇄 조치에 나선 상황이다. 우리나라 역시 매일 확진자가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확진자가 방문했던 음식점, 백화점 등이 휴점되고 사람들은 집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호소한다.
수원에 사는 이 모 씨는 “영화에서 대피하는 모습이나 해결하는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고 싶은 마음에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됐다”고 밝혔다.

재난 영화 '인기'…"정보 얻고 대리만족 느껴"

이 외에도 정체불명 좀비 바이러스 소재의 ‘월드워Z(2013)’와 ‘부산행(2016)’, 국내 최초 감염재난 영화 ‘연가시’ 등 과거에 개봉했던 바이러스 재난 영화들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실의 공포를 몇 년 앞서 담아내고 있는 영화들. 보건 당국의 발 빠른 대처와 성숙한 시민의식이 사태의 성패를 가른다는 게 이들 영화가 말하는 공통적인 교훈이다. 인간의 탐욕을 응징하는 자연의 준엄한 경고 역시 다시금 일깨운다.

심리학자·문화평론가들은 대중이 재난영화를 다시 찾아보는 현상을 두고 “영화 속에서 정보와 교훈을 얻고 경각심을 갖는 한편 등장인물의 극복 과정을 통해 위안을 얻기 위함”이라고 분석했다.



진은희·최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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