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영 칼럼 ] 세대 갈등

정재영 교수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종교사회학) ㅣ 등록일 2020-02-09 10:2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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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해지는 세대 갈등

▲정재영 교수ⓒ데일리굿뉴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세대 갈등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지역 갈등, 계급 갈등과 함께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으로 여겨지고 있는 세대 갈등은 이전에는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최근 가장 심각한 사회 갈등의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얼마 전에 출간된 ‘90년대생이 온다’는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세대 갈등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세대 차이는 보통 부모와 자녀들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보았으나 최근의 세대 갈등은 10년 터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960년대생인 86세대들이 요즘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해왔는데 이 책에서는 1980년대생들이 1990년대생을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을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개인적인 삶보다는 직장 등 사회적인 삶을 중시해온 기성세대는 개인생활이 다소 침해받더라도 조직을 위해서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을 당연시해왔다. 그러나 요즘 젊은 세대는 직장도 자신의 삶을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으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다.

직장에서 칼퇴근은 당연한 것이고 회식도 좋아하지 않으며 개인의 삶을 즐긴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는 ‘워라밸’을 중시하고 미래든 남을 위해서든 자신을 희생하기를 거부하고 현재의 행복을 위해 소비하는 ‘욜로’의 삶을 지향한다. 기성세대는 이런 젊은 세대가 못마땅해서 한마디 하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이들을 ‘꼰대’라고 여기며 아랑곳 하지 않는다.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은퇴를 전후한 기성 목회자들은 가정도 돌보지 않고 오로지 목회만이 하나님의 일이라 여기며 온 힘을 목회에 쏟으며 매진했지만, 요즘 목회자들은 가정을 돌보는 것도 ‘사역’이라 여기며 목회와 똑같이 중시한다.

그런데 젊은 목회자들이나 부교역자들을 보면 이를 넘어서 목회에 대한 소명 자체가 불확실해보이고 목회를 단순히 하나의 직업이라 생각하며 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성도들도 과거에는 교회에서 장로가 되는 것을 매우 명예롭게 여기며 헌신의 기회로 삼았지만, 요즘의 장로들은 교회에서 시키니까 마지못해서 하는 경우가 많고 젊은 세대들은 아예 장로가 되는 것을 거부하는 풍토이다.

이렇듯 세대에 따른 인식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사회 곳곳에서 그리고 교회에서도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현실이다.

세대에 대한 이해

세대 개념은 사회학자인 칼 만하임을 따라서 비슷한 시기에 동일한 문화권에서 태어나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유사한 의식과 행위 양식을 갖는 동시기 출생 집단(birth cohort)을 의미한다.

한 세대는 대체로 부모와 자녀의 나이 차이인 30년을 의미하지만 요즘 이야기되는 세대에 대한 담론에서는 비슷한 역사 배경이나 사회에서의 사건들을 경험한 동일 경험 집단을 중심으로 세대를 구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서양이나 우리 사회에서 공통되게 이야기되는 베이비 붐 세대는 전쟁 후에 나타난 출산 장려의 영향으로 출산율이 급증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들을 말한다. 서양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현상을 말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세대들로 1955년 이후 출생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흔히 사용하는 ‘58년 개띠’라는 말도 58년도에 출생아들이 매우 많았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이때까지 세대 담론은 특별히 갈등을 의미하기 보다는 세대별 특징을 가리키는 말로 사용됐으나 1990년대 이후 ‘신세대’ 담론이 크게 부각되면서 세대 간 의식 차이가 두드러지게 나타났고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갈등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 시작된 신세대 담론은 주로 1970년대에 출생한 젊은이들의 특징과 관련해 이야기 됐는데, 이전 세대들이 누리지 못했던 경제적 풍요, 정보화와 지구화, 민주화, 교육 자율화, 대중소비 문화의 발달이 배경이 됐다.

그 이후에 청년 세대와 기성세대 사이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청년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다양한 표현이 등장했다. X세대는 캐나다 작가의 소설 제목으로 등장인물들이 1960년대에서 70년대 출생 청년들인데서 유래했다. N(Net)세대는 1977~1997년에 태어난 청소년들을 가리킨다. 그리고 최근에는 밀레니얼 세대로 표현되는 Y세대를 거쳐서 Z세대에 이르고 있다.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징은 민주화와 경제 발전에 따른 과실을 어렸을 때부터 향유했으며, 궁핍했던 경험을 해본 적이 거의 없기 때문에 가난을 겪어본 기성세대와 문화적 괴리가 상당히 심하다.

성장 과정에서 교육정책의 혼선이 빚어지고, 사춘기 또는 대학생 시기에 외환위기라는 급격한 사회변동을 겪으면서 극단적인 개인주의와 정글 자본주의가 체화돼 이른바 ‘스펙 쌓기’에 골몰하는 양태를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있었던 가상 화폐 규제와 평창 동계 올림픽 게임에서 남북 단일팀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청년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사회 이슈가 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나타난 것으로 이해된다.

세대 갈등을 극복하려면

사실 세대 사이의 갈등은 모든 인류 사회에 존재한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 사이에 역사적인 경험이 다르고 시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의식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특히 전쟁을 경험한 노인 세대들이 여전히 이념에 얽매이고 독재 정권과 민주화 과정을 경험한 ‘86세대’들이 진영 논리에 얽매이는 것을 청년 세대들은 이해하기 어렵고 동의하기도 어렵다. 이것은 살아온 경로가 다르기 때문에 나타날 수밖에 없는 일종의 ‘불가역적인 요인’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세대 갈등을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불안감과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 그리고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비용도 엄청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세대 갈등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무엇보다도 서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수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성세대는 공감과 소통의 능력을 키워야 한다. 새로운 세대의 태도를 못 마땅해 하고 핀잔을 주기보다는 그들 나름대로의 입장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이해하고 수용할 필요가 있다.

또한 권위를 앞세워 억누르려고 하는 태도를 버리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꼰대’의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말을 앞세우기보다 스스로 본을 보이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부모를 비롯한 기성세대가 말로만 주장하고 실제로 그런 삶의 모습을 보이지 않는 모습에 많이 실망해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젊은 세대들 역시 기성세대를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상대를 인정해야 대화와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기성세대가 이룬 성과와 노력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간혹 주변에 보면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는 노인들을 보게 된다. 어떤 심리학자는 노인들이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하기 때문에 자기 의사를 더 분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하는 행동으로 이해한다. 사실 이러한 행동은 대부분의 사회 약자들이 보이는 것과 매우 유사하다. 인정받지 못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표출하기 위해서 더 강한 방식을 취하게 마련이다.

아울러서 어려운 시기에 처한 청년들의 실존 문제와 사회적 조건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취업이 어렵고 경제적으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청년들의 현실에 기성세대가 관심을 갖고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청년들의 삶의 문제에 관여하지 않으면서 말로만 청년 세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일 수밖에 없다. 신앙과 삶은 분리될 수 없으며 바른 신앙인이라면 삶의 문제도 신앙인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가 청년들의 현실에 실제적인 관심을 가질 때 세대 갈등도 조금씩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