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에 비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일로에 있음에도 중국에 대한 입국저지카드를 꺼내지 않았던 정부가 결국'제한적 입국금지' 카드를 꺼내든 가운데 중국인 여행자 전체를 제한하는 '전면적 입국금지'로 나아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2월 2일 정부는 오는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성을 14일 이내 방문하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이동하는 외국인 관광객. (사진출처=연합뉴스)

중국 전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중국 후베이(湖北)성에서 들어오는 외국인만 막는 것은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 때문이다.

2월 3일 현재 의료계에 따르면 입국 금지 범위를 후베이 성이 아닌 중국 전역으로 넓혀야 한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바이러스 발원지로 알려진 우한(武漢)시는 현재 봉쇄된 상태지만, 이미 대다수 주민이 우한을 탈출해 중국 다른 대도시로 이동한 영향이 컸다. 현재 우한을 빠져나간 인원만도 5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제일재경망과 바이두(百度)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한에서 출발한 바이두 지도 애플리케이션 사용자 중 60∼70%는 후베이 성 내 다른 도시로 이동했고,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으로 옮긴 경우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료계에서도 중국 일부가 아닌 전역을 '위험 지역'으로 보고 여행자 제한 조처를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는 지난 2일 발표한 대정부 권고안에서 "후베이 성 외의 중국 지역에서 신종코로나가 발생하는 사례가 40%를 차지해 후베이 성 제한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보건당국의 감시 역량, 선별 진료소 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위해서는 2주 이내의 중국 거주자를 포함해 중국에서 들어온 모든 입국자가 입국 후 2주간 자가 격리를 할 수 있도록 권고하라는 것이 이들 단체의 주장이다.

사실 그동안 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우리 정부의 조치는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정부는 2일 오후부터 최근 2주간 중국을 다녀온 외국 국적자의 입국을 금지했다. 후베이 성에서 귀국하는 미국 시민은 별도 시설에서 14일간 지낸다.

싱가포르는 최근 14일간 중국 본토를 방문한 외국인이 입국하거나 경유하는 것을 금지한 상태다.

호주 역시 호주 시민과 거주자, 가족, 법정후견인 또는 배우자들만 중국에서 호주로 입국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중미의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또한 비슷한 조처를 시행하며 바이러스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박능후 중앙사고수습본부장(보건복지부 장관) 전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오는 2월 4일 0시부터 중국 후베이 성을 14일 이내에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모든 외국인의 한국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우리 정부 방안을 설명하면서 "단기적인 대책"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상황이 시시각각 변동함에 따라 정부가 그에 맞춰 탄력적으로 위험 지역을 확대해 추가적인 입국 금지 조처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음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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