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전한 항행을 위해 '독자파병' 형식으로 청해부대 파견지역을 한시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정석환 국방정책실장이 브리핑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청해부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사진제공=연합뉴스)

국방부는 21일 브리핑에서 청해부대의 파견 지역을 아덴만 일대에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 일대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해부대 31진 왕건함(4천400t급)이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우리 군 지휘하에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왕건함은 특수전(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와 해상작전 헬기(링스)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방부는 "한국 선박이 연 900여 회 통항하고 있어 유사시 우리 군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만약 전쟁이 발생해 중동에 있는 우리 국민을 신속하게 대피시켜야 할 상황이 벌어진다면 청해부대가 수송선 역할까지 맡을 수도 있다.
 
호르무즈 해협, 한국행 원유 주요 수송 경로
 
오만만과 아라비아만을 잇는 호르무즈 해협은 걸프 지역의 주요 원유 수송 경로로,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70% 이상도 이곳을 지날 만큼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다. 때문에 미국은 지난해 6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던 유조선에 대한 피격사건이 잇따르자 그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기도 했다.
 
 ▲호르무즈 해협 일대로 작전구역을 넓혀 임무를 수행하게 될 청해부대 31진 '왕건함'의 모습(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 결정에 '환영', 이란은 '우려'
 
정부가 이 같은 방식을 택한 데에는 미국은 물론 이란과의 관계를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모든 국가가 호르무즈 해협 안정에 기여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에 부응하면서도, 이란을 의식해 미국이 호르무즈 해협 공동방위를 위해 주도하고 있는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적으로 활동하겠다는 의미다.
 
미국은 지난해 여름부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에 IMSC 파병을 요청했고, 정부도 한때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이 이달 초 이란군 실세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제거하면서 양국 간 긴장이 크게 고조되면서 정부의 신중한 결정이 요구되는 상황을 맞았다. 미국 주도의 IMSC에 참여했다가 이란에게 한국도 '적'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 년간 쌓아온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이란과 관계가 무너질 수 있는 것은 물론 자칫 중동에 거주하는 교민 안전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자 결국 미국과 이란이 모두 수용할 수 있는 '독자 파병'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는 "미 국방부에 한국의 결정을 사전에 설명했으며, 이란에도 지난 주말 외교경로를 통해 사전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미국 측은 한국의 결정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외교 소식통도 "미국도 한국이 독자 파병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배경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도 한국에 우려를 표명하기는 했지만, 자국 선박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한국의 독자적 군사 활동이어서 더는 일을 크게 만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란은 그 지역(호르무즈 해협)에 외국 군대나 선박이 오는 것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며 이런 입장에 따라 일차적으로 우려를 표명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앞으로 한-이란관계를 관리해나가기 위해 노력해나가야 한다"면서 이란측도 여기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부 "파병은 다른 현안과 상관 없는 결정"
 
한편 이번 파병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나 남북협력사업에 대한 미국의 태도 등 다른 현안과 관련이 있느냐는 가능성에 대해서 정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파병이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이나 남북 협력과 연관돼 있느냐'는 질문에 "명백하게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외교부 당국자도 "호르무즈 해협 파병 문제는 방위비 협상 과정에서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며 "이 문제는 방위비 협상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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