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기증운동 30주년을 맞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2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뇌사 장기기증인 故 김유나 양의 어머니 이선경 씨와 김유나 양의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 씨가 만나 포옹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국내 최초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미국인 이식인의 만남이 성사됐다. 우리나라에서는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만남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만큼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번 만남은 장기기증이 미국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故 김유나 양은 4년 전 미국 유학 중 교통사고를 당해 뇌사 상태에 빠졌다. 이후 세상을 떠나기 전 6명의 미국인에 심장, 폐, 신장, 췌장, 간, 각막 등 장기를 기증했다. 조직기증까지 더하면 모두 27명에게 새 삶을 선물했다.
 
이 가운데 신장과 췌장을 이식받은 미국인 킴벌리 씨가 한국을 방문했다. 킴벌리 씨는 20일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마련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고인의 부모 김제박, 이선경 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킴벌리 씨는 "유나는 제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해준 영웅"이라며 "고귀한 결정을 내려준 가족들께 감사드리며 그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김제박, 이선경 씨는 "딸의 생명을 이어받은 이식인들이 건강하고 살고 있다는 소식이 큰 위안이 됐다"며 "이식인들이 다시 찾은 건강을 잘 지키고 행복하게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국내에서도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 간의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는 유가족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유가족들은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그저 이식인들이 잘 지낸다는 소식 한 통"이라며 "자식의 장기를 기증한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면 서신 교류를 허용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기증인 유가족과의 교류는 이식인에게 더 건강히 살아갈 수 있는 동기 부여가 된다"고 덧붙였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김동엽 사무처장은 "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이 직접적으로 서신 교류를 하겠다는 이야기가 아니"라며 "본부와 같은 기관의 중재 하에 정해진 매뉴얼에 따로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소식만 전하겠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아울러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미연에 방지하고,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이 진정으로 원하는 예우 방안을 마련해 사회적 공감을 얻는다면 장기기증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에서는 장기등이식에관한법률 31조(비밀의 유지)에 따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과 이식인의 교류가 금지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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