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서부에서 추락해 176명의 탑승자가 모두 사망한 우크라이나 여객기를 이란 혁명수비대가 미사일로 격추했다는 사실을 시인하면서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와 군부를 비판하는 집회가 벌어졌다.
 

 ▲테헤란서 '여객기 격추' 정부ㆍ군부 비판 대학생 집회(사진제공=연합뉴스)


"정부가 우리의 적은 미국이라고 거짓말"…英대사관 앞에선 반서방 시위

이란 수도 테헤란의 샤히드 베헤슈티공대에 학생 수백명이 모여 여객기 격추 피해자들을 애도하고 정부에 항의했다.

참가자들은 반정부 구호를 연호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시위 참가자들은 "그들(정부)은 우리의 적이 미국이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우리의 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외쳤다.

시위 현장의 모습을 담은 이미지를 보면 바닥에 미국과 이스라엘 국기가 그려져 있지만 참가자 대부분은 이를 밟지 않고 피해서 선 모습이다. 영국 국영 BBC는 "시위대가 정부의 반미 선전을 거부하는 것을 명백하고 상징적으로 드러내려는 행동"이라고 분석했다.

이날 테헤란 곳곳에는 시위 확대를 막고자 경찰이 배치됐다.

이란 매체는 집회가 평화적으로 해산했다고 보도했지만 온라인에는 자욱한 최루가스와 옷으로 코와 입을 가린 시위대의 모습을 담은 영상이 올라와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일고 있다.

한 영상에는 "아자디 지하철역에 최루가스가 발사됐다. 아무도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한다"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전했다.

또다른 영상에는 보도를 따라 이어진 핏자국 모습과 함께 "7명이 총에 맞는 걸 봤다. 사방에 피다"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담겼다.

여객기 격추 항의 집회는 다른 지역으로 번지는 양상이다.추모 집회는 나중에 반정부 시위로 바뀌었고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규탄하는 구호도 나왔다.

다만 현재로선 집회 참가자사 '수백명' 수준의 '소규모'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란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여객기가 추락해 탑승자 176명이 숨진 뒤 이란의 격추설이 나오자 9일 "이란을 겨냥한 심리전"이라고 부인했다가 뒤늦게 격추 사실을 시인했다.

이란은 여객기 격추 몇 시간 전인 8일 1시 20분께 이라크 내 미군 기지 2곳을 탄도미사일로 타격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군 기지에 대한 공격이 지난 3일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미군 공습으로 사망한 데 대한 보복이라고 밝혔다.

이란은 나라 안팎에서 갈수록 커지는 비난에 직면했다고 WSJ은 진단했다.

영국 랭커스터대학의 이란 전문가 알라 살레 교수는 "출신에 관계 없이 국민이 국가의 정당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란 정부가 개혁을 시행하지 않는다면 이란 시위가 장기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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