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도 프랑스도 아닌 한국 영화가 마침내 세계 영화산업 주류인 할리우드의 장벽을 넘고 봉준호라는 이름을 전 세계 영화인들에게 각인시켰다. 봉준호 감독 영화 '기생충'의 골든글로브 수상은 개인의 영광을 넘어 전 세계에 한국 문화 콘텐츠의 힘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韓 문화 콘텐츠 발굴 과제 남겨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산업을 이끈다는 자긍심을 앞세워 그 동안 비영어권 영화에 대해서는 배타적인 편이었다. 한국 영화 역시 그 동안 질적 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각종 영화제와 평단의 인정을 받았지만, 유독 할리우드에서는 홀대 받았다. 이런 가운데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거머쥔 것이라 그 의미가 상당하다.

'기생충'은 한국 영화의 세계 진출에도 뚜렷한 시사점을 남겼다. 빈부격차와 계층간 갈등이라는 세계 보편적 문제를 해학적으로 풀어내 평론가는 물론 일반 관객이 뜨거운 지지를 보냈다. 한국적 상황을 한국어로 풀어내되 이를 보편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글로컬(글로벌+로컬)' 전략의 본보기다.

미 일간 LA타임스는 '봉준호의 '기생충', 첫 한국 영화 수상작으로 골든글로브 역사를 쓰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적 소재의 계층 스릴러인 이 영화는 '#봉하이브(hive·벌집)'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고 전했다. #봉하이브'는 소셜미디어에서 봉준호 감독을 응원하는 열렬 팬덤을 지칭하는 용어다.

어떻게 '기생충'이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는가에 대한 해답은 봉 감독의 수상 소감에도 담겨 있다. 골든글로브 트로피를 안은 그는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이야기 했다. '영화'라는 하나의 언어를 통해 국적을 불문한 모든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봉준호 감독다운 멘트였다.

윤성은 평론가는 "자본주의가 조장한 계층 간, 계층 내 갈등이라는 보편적인 주제 의식과 여러 장르를 혼합시킨 봉준호 감독만의 한국식 블랙코미디가 아시아,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큰 공감대를 얻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생충' 열풍은 한국 문화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큰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영화는 문화이기 때문에 한국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실제로 최근 미국 명문대 조지아공대는 고급 한국어 강좌로 '한국영화:봉준호 특집'을 개설했다. 봉 감독의 영화 4편이 강의 교재로 사용된다.

레드카펫 행사에서 진행된 캐나다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봉 감독은 "골든글로브에 왔지만 BTS가 누리는 파워는 저의 3,000배 이상이다. 멋진 아티스트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나라 같다. 감정적으로 다이내믹한 나라다"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본토에 깊숙이 침투하고 있는 한국 문화 콘텐츠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발언이다.

전문가들은 '기생충' 성공에 힘입어 '세계와 통하는 문화 콘텐츠' 발굴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성균관대 문화융합연구소 김휘정 부소장은 "한류 발신국인 한국이 자국의 이익만이 아니라 타 국가, 국제사회의 다른 구성원도 함께 배려하는 이타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면서 "문화콘텐츠의 수출과 수입, 쌍방향 문화콘텐츠 교류, 문화콘텐츠를 활용한 국제사회 공헌사업 등 다각적인 접근과 함께 콘텐츠 발굴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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