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저물가 장기화에 따른 소비 부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내년에는 물가가 올해보다 상승폭을 키울 것이라는 게 정부와 경제연구기관들의 전망이다.
 
 ▲31일 서울시내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19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5로 상승률이 0.4%에 머물며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65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저물가 장기화로 소비 부진 우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올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보다 0.4% 상승했다. 이는 통계청이 1965년 소비자물가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전 최저 기록은 2015년의 0.7%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0%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여파가 한창이었던 1999년(0.8%), 저유가와 경기 부진이 겹친 2015년(0.7%) 뿐이었다.

이 같은 결과는 경기부진에 따른 낮은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과 농·축·수산물 및 석유류 가격 하락, 무상교육과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 등 공급측 하방 충격이 -0.36%포인트, 의료비와 교육비 등 복지정책 확대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요인이 -0.24%포인트씩 소비자물가를 끌어내렸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정부는 내년에는 농산물·석유류 가격 상승으로 소비자물가가 올해보다 높은 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내년에 물가 하락요인으로 고교 전면 무상교육,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이 있기는 하지만, 농산물이나 석유류 가격 하락 기저효과가 사라지기 때문에 물가상승률은 올해보다 더 높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해서는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전문가들은 당장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저물가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항상 디플레이션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디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경제에 악영향이 증폭된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물가상승률이 너무 낮은 수준으로 이어지는 게 우려스럽다"면서 "디플레이션 국면에서는 소비를 안 하게 되는데, 소비심리가 살아나지 않는 상황이 너무 오래 지속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장도 "우리 경제가 단기간 내에 디플레이션을 경험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물가 상승률의 추세적 하락이 디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징후임에는 틀림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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