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2월 16일에 발표한 12·16부동산 대책이 내년 부동산 시장의 최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12·16부동산대책의 영향으로 내년도 서울 집값 상승폭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데일리굿뉴스

내년에 21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지만 선거보다는 세금·대출·청약 등을 망라한 초강력 규제가 내년 주택시장의 향배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12·16대책의 영향으로 내년도 서울 집값 상승폭이 올해보다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15억 원 초과 주택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금지, 종부세 및 공시가격 인상, 임대사업등록 혜택 축소, 자금출처 등 거래 내역 조사가 강도 높게 진행되면서 당분간 주택 구매심리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내년 6월 말까지 시행하는 한시적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로 보유세·양도세 부담을 줄이려는 다주택자의 급매물로 실거래가격도 상당 폭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내년 전반적으로는 서울 집값을 '강보합세'로 점치는 전문가가 많았다.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정부 대책으로 서울 주택시장은 최소 3∼6개월가량 조정 장세가 예상된다"며 "내년 전반에 걸쳐 주택가격이 강보합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주산연) 주택실장도 "정부의 강력한 대책으로 인해 서울은 강보합, 지방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전국 기준으로 보합세를 보일 전망"이라며 "주택시장에 과열도 없겠지만, 집값이 폭락하는 위기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적다"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내년 2분기를 주택시장의 변곡점으로 꼽고 있다.

내년 3월 공동주택과 개별 단독주택 공시가격 예정가가 공개되고, 양도세 중과 회피 매물도 보유세 과세 기준일인 6월1일 이전에 집중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서울의 경우 상반기에 집값이 내리고, 하반기에 소폭 상승하는 '상저하고(上低下高)'의 그림을 예상한다.

특히 내년에 금리 인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전반적으로 집값이 크게 하락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정부 대책으로 거래 침체가 이어지겠지만 다주택자들도 그동안 규제 후 가격이 오르는 학습효과로 인해 쉽게 매물을 던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 아파트값이 3% 이내로 상승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주산연은 내년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을 1.2%로 예측했다. 지방은 최근 경남·울산·창원 등 장기 하락지역이 집값의 바닥을 찍었고, 대전·부산·대구 등 광역시는 강세로 돌아서면서 내년에도 지역에 따라 국지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앞으로 새 아파트 입주 물량도 눈여겨봐야 한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내년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34만 7,000여 가구로 올해(약 40만가 구)보다 5만 가구가량 줄어든다. 경기·경남 등지에서 각각 2만 여 가구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그러나 분양가 상한제 등 정부 규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4만 2,000가구로 올해(4만 3,000가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최근 5년 평균 입주물량(약 3만 2,000가구)에 비해서는 오히려 1만 가구 이상 많은 물량이어서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인한 공급 감소 우려는 크지 않은 셈이다.

문제는 내후년이다. 2021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물량은 총 23만 4,000여 가구로 올해보다 41% 감소한다. 서울은 2만 2,000가구에 그쳐 올해보다 49%나 줄어든다.

부동산114 김은진 리서치팀장은 "내년 초 둔촌 주공, 신반포13차·경남아파트 등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것으로 예상되는 단지들의 분양이 마무리되면 한동안 서울 요지에 신규 공급, 착공 물량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앞으로 입주물량 감소가 주택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내년 주택시장에 대해 매매 보다 전세시장 불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최근 입시제도 개편으로 학군 인기지역의 전셋값이 급등한 데다 분양가 상한제까지 시행되면서 청약 대기 수요들이 전세로 눌러앉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구와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등 전통적인 인기 학원가는 최근 전세물건이 품귀현상을 빚으며 한 달 새 1억∼2억 원씩 오른 곳이 적지 않은데 물건이 없어 거래를 못 할 정도다.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당장 집을 사기보다 전세를 살면서 시장을 관망하려는 수요도 증가했다.

내년에 전셋값이 크게 오르면 임차인 보호를 위해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계약갱신 청구권은 2년 거주한 세입자가 원하면 1회에 한해 2년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여당은 내년 중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 시행을 서두른다는 방침이어서 앞으로 전월세 시장에 큰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월세 가격 인상폭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단기적으로 전셋값이 폭등할 우려가 커 정부·여당 모두 도입에 조심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전문위원은 "그동안 전셋값이 안정적으로 버텨왔지만, 올해 하반기부터 서울 주요지역은 물론 수도권 전체적으로 불안 조짐이 커진 상황"이라며 "계약갱신청구권이 도입되면 단기적으로는 집주인이 4년 계약을 염두에 두고 전셋값이 더 올리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도 올해만큼 달아오를 전망이다. 강동구 둔촌 주공, 강남구 개포 주공1단지 등 이미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분양가 상한제를 피해갈 재건축 단지의 일반분양물량이 내년 중으로 쏟아진다.

이들 단지가 상한제 대상은 아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규제를 받는 '로또 아파트'가 적지 않아 청약 만점에 가까운 대기수요가 대거 몰리며 일부 과열도 우려된다.

분양가 상한제가 본격 시행되면 상한제 지역과 비상한제지역 간 청약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주택시장의 고강도 규제를 피해 상가나 꼬마빌딩 등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주택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로 앞으로 주택 수를 더 늘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은퇴자들은 보유주택을 매도하고 고정 수입이 나오는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선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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