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새벽송 문화에 교인들 아쉬워
전통·새로운 방식으로 새벽송 도는 교회들

 
▲ 성탄절이 되면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고 사랑을 나누기 위해 새벽송, 성탄전야제 등 다양한 행사가 마련된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24일 평택교회(정재우 목사)가 평택역 앞 광장에서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성탄축하공연을 하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그 지역에 목자들이 밤에 밖에서 자기 양 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고… 천사가 이르되 무서워하지 말라 보라 내가 온 백성에게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 오늘 다윗의 동네에 너희를 위하여 구주가 나셨으니 곧 그리스도 주시니라(누가복음 2장 8~11절)”

아기 예수 탄생의 소식을 접했을 때 목자들은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하나님이 기뻐하신 사람들 중에 평화로다’고 외쳤다. 목자들의 고백처럼 한국교회도 성탄 소식을 널리 알리기 위해 새벽송 문화를 이어왔다.

10~20년 전, 성탄절 전날이 되면 교회들은 성탄 전야제 준비로 분주했다. 영유아부 어린아이들의 합창과 율동을 시작으로 학생들의 연극과 찬양제 등 저마다 준비한 것들로 아기 예수 탄생을 축하했다. 전야제가 끝나면 부서별로 모여서 레크리에이션을 하거나 선물교환, 다과 등을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다리는 순서 중 하나가 바로 새벽송이다. 성도들에 집을 찾아가 성탄 찬송을 부르고 음식을 나눴다. 또한 밤을 새워 근무하는 경찰서나 소방서 등 공공기관을 방문해 위로를 전하거나 생활이 어려운 이웃들에게 새벽송을 통해 얻어지는 음식이나 물품을 전달하기도 했다.

지방 농촌교회에서는 전통적인 새벽송 문화가 잘 보존되고 있다. 충북 음성에 거주하는 이정숙 집사는 “10여 년 전 귀농했는데 이 지역 교회(감곡장로교회)에서 청년들이 새벽송을 위해 매년 방문한다”며 “청년들을 위해 직접 음식을 준비하고 새벽송을 기다리는 시간이 즐겁다. 올해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성탄절이 돼도 새벽송을 도는 사람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쉽지 않다. 기독교에 대한 사회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교회들은 지역 주민들과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고 늦은 밤 새벽송 활동에 대해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모 청년(34)은 “5~6년 전까지만 해도 경찰서나 소방서 등을 찾아가 새벽송을 돌기도 했다”며 “최근에는 잦은 민원 등의 이유로 새벽송을 돌지 않았고 이번 연도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이유로 새벽송을 하지 않는 교회들이 많아지다 보니 어린 학생들은 새벽송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현재 다니는 교회는 새벽송을 하고 있습니까?’란 기자의 질문에 “새벽송이요? 새벽송이 뭔가요?”라고 반문하는 20대 청년도 있었다.

그런 가운데서도 안산동산교회는 전교인이 새벽송에 참가해 그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24일 밤이 되면 동산교회는 각각의 교구별로 새벽송을 진행한다. 해당 지역 성도들의 집을 돌거나 유동인구가 많은 거리로 나가 노방전도를 한다. 성도들이 중심이 되어 각각 아이디어를 내고 준비한다.

김혜인 목사(안산동산교회)는 “동산교회에는 11년 전에 오게 됐는데 부임하기 전부터 새벽송은 진행돼 왔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해마다 이어지고 있다”며 “예수님 탄생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어린아이부터 70~80대 노인분들까지 전 세대가 자발적으로 참여한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형태로 성탄소식을 전하는 교회도 있다.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새중앙교회의 청년들은 25일 성탄절 저녁이 되면 사람들이 붐비는 시내로 나간다. 수많은 술집이 늘어서고 세상 문화로 혼잡한 번화가 한가운데서 찬양과 성탄 메시지, 다양한 공연을 준비해 거리 버스킹에 나선다.

협성대학교 전창희 교수는 ‘한국 성탄절 새벽송에 대한 예전적 연구’란 논문에서 “새벽송은 교회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성육신 사건을 세상에 성육시키는 예전적 의미가 있다”며 “새벽송의 다양한 모습들은 보존해야 할 지역의 유산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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