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 되면 누구보다 몸과 맘이 힘든 사람들이 있다. 거리에서 추위에 떨며 하루하루를 견뎌야 하는 노숙인들이다. 허름한 행색 때문인지 아무도 이들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지만 이들에게 주저 없이 다가가 손을 내미는 사람이 있다.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다.
 
 ▲서울 남대문 앞 대로변에 있는 노숙인에게 손 목사가 손을 얹어 기도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서울 시내 다니며 기도 사역

"하나님. 이 형제님께서 따뜻한 가정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
 
남대문 사거리 앞에서 만난 노숙인을 위한 기도가 시작됐다. 기도를 끝내고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살폈다. 노숙인은 주머니에서 해열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소외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는 그 자리에서 메모장에 꼼꼼하게 약 이름과 위치를 받아 적었다.
 
5년 전, 손 목사는 거리 위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그는 '어떤 사역을 해야할 지'를 위해 기도했다. 그 때 거리의 노숙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기도가 필요한 자들에게 기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옮긴 곳은 서울역 옆 작은 공원.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어 노숙인들이 쉽게 모이는 곳이다. 손 목사를 알아본 한 노숙인은 반갑게 손 목사와 이야길 나눴다.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한참을 이야기 한 후 함께 손을 모아 기도한 후 손 목사는 중림동 쪽방촌으로 향했다.
 
▲서울시 중림동 쪽방촌ⓒ데일리굿뉴스

"간식 필요한 어르신 있을까요?"
 
좁고 어두운 쪽방촌 복도를 지나며 손 목사가 물었다. 쪽방촌 가장 끝에서 문이 열렸다. 채 한평도 되지 않는 곳에서 노인은 손 목사를 맞이했다. 손 목사는 좁은 방에 몸을 구겨 넣고, 어르신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노인과 손 목사는 한 동안 대화를 나눴다.
 
옆 방으로 옮겼더니 1년 넘게 쌀을 받지 못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 목사는 그 자리에서 중림동사무소에 전화를 해 쌀 수급이 이뤄지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이제야 했다"며 쪽방촌 주민은 손 목사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쪽방촌과 서울역 거리 사역을 앞두고 '프레이포유' 동역자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최종 목표는 노숙인 자립, 거리 사역 동역자 세우기

'프레이포유'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거리의 이웃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얼마 전부턴 청소대행업체 '클린포유'를 만들어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살림공동체'라는 주거 공간도 마련했다. 길에서 손 목사를 만나 '살림공동체'에 오게 된 노숙인들은 다시 '프레이포유' 동역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 날 사역에 함께한 사람들도 대부분 '살림공동체'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중국 교포인 이서광 씨(56)도 그 중 하나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이 씨는 영등포에서 노숙을 하다 '프레이포유'를 만났다. 그는 "중국에선 하나님도 모르고 교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인도해주신 것도 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프레이포유 사역이 인터넷을 타고 알려지면서 사역에 동참하는 사람도 늘었다. 다른 교회에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모여 사역을 함께 한다.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다.
 
손 목사는 "노숙인 사역이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고, 특수한 사람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편견일 뿐"이라며 "거리로 나와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교회 성도들이 이 사역을 통해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편견을 없애고 모두 거리 사역자로 나오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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