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다니며 기도 사역
"하나님. 이 형제님께서 따뜻한 가정의 품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시고, 다시 사회로 돌아갈 수 있도록... "
남대문 사거리 앞에서 만난 노숙인을 위한 기도가 시작됐다. 기도를 끝내고 필요한 물건은 없는지 살폈다. 노숙인은 주머니에서 해열제 하나를 꺼내 들었다. 소외이웃을 위해 기도하는 단체 '프레이포유' 손은식 목사는 그 자리에서 메모장에 꼼꼼하게 약 이름과 위치를 받아 적었다.
5년 전, 손 목사는 거리 위 노숙인들을 위한 사역을 시작했다. 목사 안수를 받은 뒤 그는 '어떤 사역을 해야할 지'를 위해 기도했다. 그 때 거리의 노숙인들이 눈에 들어왔다. '거리에서 기도가 필요한 자들에게 기도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를 옮긴 곳은 서울역 옆 작은 공원. 상대적으로 민원이 적어 노숙인들이 쉽게 모이는 곳이다. 손 목사를 알아본 한 노숙인은 반갑게 손 목사와 이야길 나눴다. 가까운 교회에 출석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했다. 한참을 이야기 한 후 함께 손을 모아 기도한 후 손 목사는 중림동 쪽방촌으로 향했다.
"간식 필요한 어르신 있을까요?"
좁고 어두운 쪽방촌 복도를 지나며 손 목사가 물었다. 쪽방촌 가장 끝에서 문이 열렸다. 채 한평도 되지 않는 곳에서 노인은 손 목사를 맞이했다. 손 목사는 좁은 방에 몸을 구겨 넣고, 어르신들과 대화를 시작했다. 아무도 쉽게 찾아오지 않는 곳에서 노인과 손 목사는 한 동안 대화를 나눴다.
옆 방으로 옮겼더니 1년 넘게 쌀을 받지 못해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손 목사는 그 자리에서 중림동사무소에 전화를 해 쌀 수급이 이뤄지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전화 한 통이면 해결될 일을 이제야 했다"며 쪽방촌 주민은 손 목사에게 연신 고마움을 표했다.
최종 목표는 노숙인 자립, 거리 사역 동역자 세우기
'프레이포유'는 단순한 도움을 넘어 거리의 이웃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얼마 전부턴 청소대행업체 '클린포유'를 만들어 노숙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살림공동체'라는 주거 공간도 마련했다. 길에서 손 목사를 만나 '살림공동체'에 오게 된 노숙인들은 다시 '프레이포유' 동역자로 참여하게 된다. 이 날 사역에 함께한 사람들도 대부분 '살림공동체'에서 나온 사람들이었다.
중국 교포인 이서광 씨(56)도 그 중 하나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이 씨는 영등포에서 노숙을 하다 '프레이포유'를 만났다. 그는 "중국에선 하나님도 모르고 교회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인도해주신 것도 다 하나님의 계획하심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님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프레이포유 사역이 인터넷을 타고 알려지면서 사역에 동참하는 사람도 늘었다. 다른 교회에서 목회자들과 성도들이 모여 사역을 함께 한다. 직업도 나이도 다양하다.
손 목사는 "노숙인 사역이라고 하면 굉장히 힘들고, 특수한 사람만 한다고 생각하지만 편견일 뿐"이라며 "거리로 나와 가난하고 어려운 분들의 손을 잡고 기도하다 보면 하나님을 가까이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교회 성도들이 이 사역을 통해 낮은 곳으로 임하시는 하나님을 만났으면 좋겠다"며 "편견을 없애고 모두 거리 사역자로 나오길 바란다"는 소망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