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칠레에서 시위 부상자가 연일 늘어나는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겨냥해 쏜 고무탄에 눈을 맞아 시력을 잃는 이들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군경에 의한 고문과 성폭력 의혹도 제기되면서 유엔이 인권 조사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경찰이 날 쐈다" 눈에 안대를 한 칠레 시위자[(사진제공=연합뉴스)

"180명이 경찰 고무탄 맞아 한쪽 눈 부상…30%는 실명"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영국 BBC 문도(스페인어판)는 칠레 시위대 내에서 눈 부상이 '전염병'처럼 퍼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칠레에서는 수도 산티아고의 지하철 요금 인상으로 촉발된 시위가 지난달 18일부터 격화하며 사회 불평등 등에 대한 분노가 3주 넘게 거리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격렬한 시위 속에 지금까지 23명이 사망했는데 이 중 5명은 군과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숨졌다. 칠레 적십자에 따르면 부상자도 2천500명이 넘는다.
 
특히 진압 군경이 쏜 고무탄이나 공기총의 일종인 펠릿건(pellet gun)에 맞아 다친 이들이 수백 명에 달했다.
 
고무탄과 펠릿건 모두 비살상 무기이지만 근거리에서 조준하고 쏠 경우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BBC 문도에 따르면 시위 격화 후 2주 동안 180명이 고무탄 등에 맞아 한쪽 눈에 심각한 부상을 당했다.
 
이 중 30% 가까이는 한쪽 눈의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60%는 심각한 시력 손상을 입었다.
 
눈을 다친 채 병원에 온 한 시위자는 NYT 기자에게 "경찰이 15m 거리에서 내 얼굴을 겨냥해 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상자는 "경찰이 시위대를 겁주기 위해 바닥을 향해 쏴야 하는데 위로 향하고 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규모의 시위대 눈 부상은 칠레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유례없는 것이라고 BBC는 설명했다.
 
 ▲칠레 국기 들고 있는 시위자(사진제공=연합뉴스)
 
미국 연구팀이 1990∼2017년 이스라엘과 북아일랜드, 남아시아 등 대규모 시위가 있던 전 세계 7개 지역의 사례를 연구해 의학저널에 실은 논문에 따르면 이 기간 1천900여 명이 경찰이 쏜 고무탄 등에 부상했고, 이 중 261명이 눈을 다쳤다.
 
27년간 260여 명이 다쳤는데 칠레에선 두 주 만에 180명의 눈 부상자가 나온 것이다.
 
여기에 군경에 의한 고문과 성폭력 등의 의혹도 제기되면서 유엔이 인권 조사에 나서는 등 국제사회도 우려를 표하고 있다.
 
그러나 칠레 정부는 인권 침해 행위를 비난하면서도 줄곧 시위대의 폭력 행위를 규탄하고 군경의 진압 활동을 옹호하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국의 탄압이 거세지고 시위대의 부상이 속출할수록 시위대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한쪽 눈에 안대를 한 채 다시 거리로 나온 한 시위자는 NYT에 "이번 시위로 무언가를 바꿀 수 있다면 눈을 잃은 것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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