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우리 주변의 선한 이웃과 가슴 따뜻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는 <굿-뉴스>를 연재한다. 이 땅에 빛과 소금의 역할을 감당하는 사람들의 선한 행적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정착되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주

갑작스런 사고로 후천적 장애를 갖게 됐지만, 이를 계기로 오히려 장애인을 돌보는 일에 열정을 쏟아온 사람이 있다. 12년 동안 서울 강북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원장으로 근무하며 중증 지적장애인들을 돌봐온 이상원 목사다.
 
 ▲지난 달까지 서울 강북구립장애인보호작업장 원장으로 근무하던 이상원 목사는 최근 노인돌봄교실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데일리굿뉴스

"내 자신이 장애인이다 보니 장애인들이 겪는 고충과 어려움을 알겠더라고요."

이 목사는 사고로 다리를 다쳐 장애를 갖게 됐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좌절과 원망이 컸지만 아픈 만큼 또 다른 것이 보였다. 신학을 전공하던 시절, 한 교회에서 지적장애인에게 제빵과 바리스타 직업 교육을 시켜주는 걸 보면서 장애인 사역을 결심했다.

이후 사비로 컨테이너 박스를 지어 장애인에게 무료로 도장과 열쇠 제작하는 일을 10년간 남몰래 했다. 소문이 났는지 강북구청장으로부터 ‘장애인재활시설장을 맡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본격적으로 장애인 돌봄 일을 시작하게 됐다.
 
"단순히 교육만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들의 내면이 건강해지고, 더 나아가 그들의 가정이 회복되는 것도 고민하게 됐죠."

그는 20대 중반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지적장애인들을 만나며 직업교육과 상담을 해왔다. 장애인을 잘 돌보기 위해서 전문지식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에 사회복지, 재활과 관련한 학위와 자격증을 취득했다. 가족과 함께하는 음악치료나 전국 문화탐방 등 장애인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끼면서 회복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장애인 지도자를 양성하고 건강한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장애인평생교육원도 개설했다.
 
장애인에 대한 깨지지 않는 선입견, 장애인에게 걸려온 1억이 넘는 손해배상 청구 등 오해와 어려움도 많았다. 그러나 이 목사는 “장애인들이 사랑을 받고 변화되는 모습을 보며 힘든 것이 싹 사라졌다”고 고백했다.
 
"장애인들이 와서 ‘목사님 사랑한다’ 그러면서 안아주고, 말이 어눌한 뇌성마비 아이가 감사 기도하는 모습을 볼 때 정말 기뻤죠. 대학을 졸업해서 일터로 나가는 장애인을 볼 때도 감격이었어요."
 
이 목사는 당뇨 합병증으로 건강이 나빠져 지난 달 원장 직을 은퇴했다. 좀 쉴까 생각했지만 아는 선배 목회자의 요청으로 현재는 시온성교회 내 ‘데이케어센터’ 시설장을 맡아 노인돌봄교실 운영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남이 알아주지 않아도 회복과 돌봄이 필요한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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