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사회에서 재일동포들이 받는 차별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최근 일본정부의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 대상에서 재일본조선인총연맹(총련) 대상에서 재일 조선학교 계열 유치원을 대상에서 제외하자 재일동포들이 항의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본정부가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 대상자에서 조선학교를 배제하자 재일동포들은 "일본의 (재일동포를 향한) 명백한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2일 일본 도쿄 도심에서 조선학교를 지원하는 전국 네트워크, 포럼 평화·인권·환경 등 단체들 주도로 일본 정부가 유아 교육·보육 무상화 대상에서 조선유치원을 제외한 것에 항의하는 거리 행진이 펼쳐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재일동포 아이들이 차별 받을 이유는 하나도 없다. 아이들이 자신에 대해 자신감과 긍지를 갖고 생활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내겠다"

 

지난 2일 일본 도쿄 지요다구 히비야공원에서는 조선학교 유아교육 무상화 배제 조처에 항의하는 항의 집회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재일동포와 일본 시민을 포함해 주최측 추산 5500여 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단상 위에서 차별 철폐를 호소한 뒤 1시간 동안 긴자를 거쳐 도쿄역까지 2.3km 거리행진을 이어갔다. 시위 현장에는 아기를 둘러 업은 어머니, 아이의 손을 잡은 학부모, 유모차를 끌고 나온 가족이 참여한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일본에서 이 같은 대규모 거리행진 시위는 드문 일이다. 게다가 재일동포들이 대규모 거리 시위를 벌이는 경우는 더 이례적이다. 이번 시위처럼 5,000명 이상의 규모가 모인 건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 조처 항의 시위 이후 7년 만이다.

 

 ▲거리 행진에는 유모차를 끌고 온 사람들도 목격됐다.(사진제공=연합뉴스)

 

재일동포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는 일본정부의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베 신조 내각은 지난달 1일부터 소비세(부가가치세)율 인상하면서, 유치원과 보육원(어린이집) 교육비를 정부에서 일부 지원한다는 유아교육 무상화 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나 법률상 '각종 학교'에 해당하는 외국인학교는 정책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조선학교를 포함한 외국인학교는 "다종다양한 교육을 하고 있어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 배제 이유였다.

 

일본 전역 내 외국인학교 부설 유아교육기관은 약 90곳이다. 이중 절반에 육박하는 40여 곳이 조선학교 부속시설이다.

일본 정부가 유아교육 무상화에 쓸 재원을 재일동포나 일본인 구별 없이 징수하는 소비세 인상분에서 충당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선학교 학부모들과 재일동포, 일부 일본 시민들이 제외 조처가 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다.

한 시위 참가자는 "소비세는 모두가 내는 돈이다"라며 "조선학교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를 빼앗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학교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에 끌려갔던 동포들이 세운 학교다. 우리말을 가르치기 위해 차린 '국어강습소'에서 시작해 학교의 형태로 발전했다. 재일본대한국민단(재일 한국인을 위한 단체)에서 운영하는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재일조선인총연합회와 북한 측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일본 내 조선학교는 61곳이 있다.
 

▲재일 조선인과 일본인 등 5천500명(주최측 추산)은 이날 히비야 야외음악당에서 집회를 연 뒤 도쿄역까지 1시간에 걸쳐 거리 행진을 펼쳤다.(사진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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