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민주화 요구 시위가 5일 150일째를 맞는 가운데 경찰의 시위 강경 대응으로 체포자가 급증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3일 홍콩 타이포 지역의 한 쇼핑몰에서 경찰이 민주화 시위에 참가한 여성 시민을 체포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복면금지법 후 체포 급증

4일 홍콩 명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9일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후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시민은 갈수록 늘어 지난달 31일 3,007명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달 5일 시위대의 마스크 착용을 금지하는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시점을 전후해 시위자 체포가 급격히 늘었다. 경찰의 체포 권한을 대폭 강화한 복면금지법이 시행된 후 체포된 시위대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센트럴 등 홍콩 도심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진 지난 2일 하루 동안 체포된 시위대만 무려 200명에 달했다.

지난 6월 9일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체포된 시위자 중 기소된 사람은 500명에 육박한다. 다만 체포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기소 속도는 느려져 체포자 대비 피 기소자 비율은 17%에 그쳤다.

홍콩 법조계에서는 경찰이 자의적 체포를 남발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경찰이 자의적인 체포를 남발하면서 시위대에 대한 대규모 체포가 이뤄지고 있다"며 "시위 현장에 있던 한 여학생은 식염수 3병을 가지고 있다가 화염병 제조에 이를 쓰려고 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고 말했다.

경찰이 체포된 시민에 대해 구타, 성폭력 등 인권침해를 서슴지 않는다는 규탄의 목소리도 높다. 한 시위 참여자는 "경찰서에 구금된 후 묵비권을 행사하다가 화장실로 끌려가 배, 허벅지 등을 구타당했다"며 "이후 이 경찰은 레이저 포인터로 눈에 강한 빛을 쏘고, 하의를 벗도록 강요했다"고 밝혔다.

경찰의 강경 대응에 맞서 시위대도 폭력 행사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시위대가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 배후라고 의심하는 중국 중앙정부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시위 과정의 '반중 정서' 표출도 갈수록 심화하는 양상이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중국계 은행과 '베스트마트 360' 등 중국 본토 기업이 소유한 점포 등을 때려 부수고 불을 지르는 것은 이제 주말 시위마다 벌어지는 일상과 같은 일이 됐다. 친중 재벌로 비판받는 맥심 그룹이 홍콩에서 운영권을 가진 '스타벅스' 점포, 홍콩 경찰에 대한 지지를 나타낸 일본 패스트푸드 체인점 '요시노야' 등도 시위대의 집중적인 공격 대상이다.

시위가 갈수록 격해지면서 시위 과정에서 다치는 사람 역시 속출하고 있다. 지난 2일 시위 과정에서 다쳐서 병원으로 이송된 사람은 54명, 전날 시위에서 다친 사람은 17명에 이른다. 특히 최근에는 범민주 진영 인사들을 향한 친중파 소행으로 추정되는 '백색테러'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24일 치러지는 구의원 선거 출마 의사를 밝힌 재야단체 민간인권전선의 지미 샴(岑子杰) 대표가 지난달 16일 정체를 알 수 없는 남성들에게 '쇠망치 테러'를 당한 것을 비롯해 최근 범민주 진영 후보 4명이 괴한의 공격을 받았다. 전날에는 홍콩 타이쿠 지역의 쇼핑몰 '시티 플라자' 앞에서 한 남성이 "홍콩은 중국 땅"이라고 외치면서 자신과 정치 성향이 다른 일가족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홍콩 언론은 "시위대와 경찰의 충돌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홍콩은 이제 그 국제적 명성과 지위를 잃을 위험에 처했다"며 "사태 수습에 총력을 발휘해야 할 홍콩 정부의 지도력 부재가 사태 악화의 큰 원인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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