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락 없이 촬영하면 초상권 침해
초상권에 대한 경각심·존중 필요


카페에서 친구와 시간을 보내던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옆 테이블 사람들이 셀카를 찍고 있었는데 본인들도 촬영된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A 씨는 그들에게 다가가 항의했고 두 사람의 얼굴이 사진 구석에 크게 찍힌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화가 난 A 씨와 친구는 당장 사진 삭제를 요구했다.
 
 ▲최근 스마트폰 보급과 SNS,인터넷개인방송 등이 확산되면서 초상권 침해에 대한 논란이 급증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SNS나 유튜브, 인터넷개인방송 등 확산하면서 이른바 야방(야외에서 하는 개인방송)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셀카봉을 들고 자신을 촬영하며 걷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인증샷을 남기고 SNS에 업로드 하는 것도 일상이 됐다.

하지만 동시에 발생하는 잡음도 발생한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방송에 나가거나 타인의 인증샷에 찍히는 등 '초상권 침해' 관련 피해 신고접수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초상권 침해 관련 피해 신고가 2014년 5,017건에서 지난해 1~9월 1만 188건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개인방송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2006년 대법원판결에 따르면 초상권이란 '자신의 얼굴 기타 사회 통념상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하여 함부로 촬영 또는 그림묘사 되거나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사생활 영역에 포함되는 기본권임에도 이를 경시여기는 사람이 많다.

구주와 변호사는 "타인을 허락 없이 촬영하는 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라며 "유튜버나 인터넷방송 BJ들은 이 부분에 경각심을 가지고 조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초상권 침해에 관한 경각심 결여

한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보령머드축제는 한때 초상권 문제로 큰 곤욕을 치렀다. 참가자들의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해 포스터를 만들어 문제가 됐다.

사진 당사자 중 한 명인 B 씨는 지인들로 급한 연락을 받았다. 허락 없이 찍힌 B 씨의 사진이 보령머드축제 포스터에 실려 지하철 광고와 SNS, 각종 언론사 보도자료로 사용된 것이다. 얼굴과 온몸에 진흙을 묻히고 축제를 즐기는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정신적 스트레스와 수치심을 심각하게 느낀 B 씨는 사진작가와 보령시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B씨의 손을 들어주며 피고에게 3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도록 판결했다. B 씨를 허락 없이 촬영한 것, 그 사진을 동의 없이 포스터에 사용한 것 등이 주요 이유다.

구 변호사는 "해당 사건이 끝났음에도 비슷한 문제들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며 "사람들이 초상권으로 인한 피해에 둔감하고 아예 그러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도 태반"이라고 말했다.

묵시적 동의…초상권 침해 인정 안 돼

사진에 몰래 찍혀도 앞선 사건과는 다르게 초상권 침해서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정 목적과 의도를 드러내는 시위나 집회는 원칙적으로 언론사가 취재해도 무방하다. 이 경우 참가자들이 시위나 집회에 참가하는 동안 촬영 당할 것을 '묵시적 동의'로 여긴다.

서울중앙지법은 2009년 "공공장소에서의 집회·시위란 본질적으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의사를 널리 일반에 알리기 위한 것"이라며 "집회 내지 시위에 참가한 모습을 촬영해 보도했더라도 초상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공익을 추구하는 언론의 보도일지라도 초상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H 씨는 방송사를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내고 2차례 공방 끝에 승소했다.

톨게이트 직원이던 H 씨는 퇴사 후 2년이 지난 상황에서 방송사가 과거 자신이 일하던 모습을 보도해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H 씨가 알리고 싶지 않았던 과거 직업이 노출된 점, 그로 인해 심한 불쾌함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며 위자료 지급을 판결했다.

구주와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초상권 침해로 소송이 이어지는 경우 위자료가 100~200만 원 정도로 크지 않으며 소송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며 "초상권이 기본 인격권으로 더욱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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