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경색국면에 있던 남북관계에 희망의 햇살이 비칠 것 같았으나, 곧바로 희망은 사그러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전 부산 남천성당에 마련된 모친 고 강한옥 여사의 빈소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출처=청와대,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수의 예상을 깨고 문재인 대통령 모친상에 조의문을 보내면서 남북관계가 개선될 여지가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바로 북한이 다음날 발사체를 쏘면서 이런 기대가 무색하게 했다.

김 위원장이 조의문을 보내 문 대통령과 그동안 쌓아온 친분만큼은 이어가려고 하는 듯한 모습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이번 발사체 사격은 얼어붙은 남북관계가 풀리기 쉽지 않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합동참모본부는 10월 31일 "북한이 오늘 오후 평안남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 발표에 앞서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브리핑에서 "고(故) 강한옥 여사 별세에 대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30일 문재인 대통령 앞으로 조의문을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사실 북측이 최근 남북관계 경색 국면에서 조의를 표할 것이라 생각한 이들은 많지 않았기에 발사체 사격전까지 조의문이 남북관계에 물꼬를 트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렸다.

게다가 통일부가 조문이나 조화를 받지 않고 가족상으로 조용히 치르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사를 존중해 북측에 모친상 소식을 전하지 않았는데도 북측이 알아서 조의문을 보내왔다.

특히 조의문은 김 위원장이 직접 쓴 친서 형식이라 더 의미가 부여됐다.

조의문 전달을 계기로 남북 정상 간 신뢰가 이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의 문이 다시 열릴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경색된 남북관계를 반전시킬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남측이 품은 희망과 기대를 곧장 무너뜨렸다. 청와대가 조의문 전달 소식을 발표한지 3시간여 만에 발사체를 발사한 때문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그런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의문을 보낸 게 다른 의미로 확대되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게 됐다"며 "조의문을 계기로 남북관계에 새로운 무엇을 한다든가 그런 여지를 없앴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2월 한미연합훈련을 결정하는 한미 안보협의회(SCM)가 내달 열리는데 이를 앞두고 연합훈련을 계속하면 우리도 계속 발사하겠다는 압박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사체 사격과 최근 북측의 금강산 실무회담 거부 등을 고려하면 김 위원장이 먼저 조의를 표한 것은 북한 최고지도자로서 상대국 지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춘 것뿐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남북관계가 아무리 차가워도 작년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한 남측 최고지도자의 모친상을 외면하는 것은 도리가 아닌 만큼 예의를 중시하는 최고지도자의 덕목을 과시하려는 속내라는 해석이다.

대다수 전문가는 이번 조의 표명이 말 그대로 문 대통령의 모친상에 대해 조의만 전하며 예를 차린 것일 뿐 당장 남북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지난 6월 12일 오후 이희호 여사 서거와 관련, 판문점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에게 김 위원장이 보내는 조화를 전달하고 있다.(사진출처=연합뉴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월 이희호 여사 별세 때에도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을 직접 보내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지만, 이후 남북관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은 세 차례나 정상회담을 함께 한 지도자"라면서 "북한에서는 지도자와 단순히 '면담'만 한 경우에도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이번 조의 표시는 의례적 차원의 예의 표시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해 이후 정세가 경색 국면으로 전환됐다 해도 아무런 조의를 표하지 않는 것은 외부에서 볼 때 도의적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외교적 성의를 다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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