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독립 국가건설을 꿈꾸던 쿠르드족(族)의 안전이 크게 위협받고 있다. 터키가 눈엣가시였던 이 지역에 지상군을 투입해 장악에 나섰기 때문이다. '평화의 샘'이라고 명명한 이번 작전으로 시리아 주변 국제 질서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시리아 북부 터키 접경지대에 배치된 시리아 정부군.(사진제공=연합뉴스)

국가 간 전쟁으로 확전 양상
 
시리아 주둔 미군 병력 철수가 우려했던 대로 시리아 일대를 더욱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었다. 미군이 빠진 공백 속에서 터키군의 쿠르드 침공이 격화되면서 민간인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터키의 지상군 투입으로 대규모 난민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졌다.
 
사태가 확전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이슬람국가(IS) 세력의 부활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기조인 '자국민 우선주의'가 중동의 화약고에 불을 지핀 셈이다.
 
미국은 지난 6일 '더는 세계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며 시리아 북동부 주두군의 철수를 결정했다.

터키와 시리아 쿠르드족,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세력권이 겹치는 위치에서 균형자 역할을 하던 미군이 갑자기 발을 빼면서 격렬한 힘의 충돌이 빚어졌다. 여기에 직·간접적으로 시리아 내전에 개입해 온 러시아와 이란까지 미군의 공백이 부른 혼란에 얽히면서 중동 정세가 요동치는 모습이다.
 
시리아 북동부의 미군은 터키는 물론 남부의 알아사드 정권에게서도 쿠르드족을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다. 쿠르드족은 미군과 함께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인 이슬람국가(IS)를 격퇴하는 데 앞장서 미국의 동맹 세력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들은 IS박멸전에 15만 명을 동원, 1만 1,000명이 사망하는 희생을 치르기도 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이 "엄청난 돈과 장비가 들어갔다. 우리 이익이 되는 것에서만 싸울 것"이라며 미군을 철수키로 결정한 것이다.
 
미국으로부터 배신당한 쿠르드족은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되자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 정부군과 손을 잡았다. 쿠르드족 자치정부는 "시리아와 터키의 국경 지대에 시리아(정부)군이 배치돼 시리아민주군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선은 이제 터키 대 쿠르드족이 아닌 터키 대 시리아의 국가 간 대치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다만 전황이 터키와 시리아의 정면 대결로 치달을지는 미지수다. 터키 국방부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국경에서 30∼35㎞까지 진격했다"고 밝혔다. '국경에서 30㎞'는 터키군이 진격 목표로 설정한 거리다. 터키가 당초 목표대로 여기서 멈춘다면 전선이 크게 확대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군 철수로 생긴 힘의 공백은 러시아와 이란이 메울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란은 알아사드 정권이 시리아 북동부를 장악할 경우 이라크와 시리아를 거쳐 레바논의 친(親)이란 세력을 연결하는 통로를 구축할 수 있다. CNN은 개전 직후 "미군이 철수하면 러시아와 알아사드 정권은 쿠르드족과 정치적 거래를 하거나 우월한 화력을 앞세워 진압하는 것 사이에서 손쉬운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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