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을 한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자에게서 체르노빌, 일본 후쿠시마 원전 지역과 비슷한 수준의 방사능 피폭 흔적이 나왔다. 이런 가운데 검사를 의뢰한 통일부가 이번 결과를 일부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풍계리 인근 지역 출신 탈북자에게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피폭 흔적이 나왔다. 사진은 북한이 지난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지휘소와 건설노동자 막사를 폭파하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통일부, 1년째 '쉬쉬' 검사 결과 축소 의혹 논란
 
한국원자력의학원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실에 제출한 '방사능 피폭·방사능 오염 검사 종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학원은 탈북자 40명(2017년 10~12월 30명, 2018년 9월 10명)을 대상으로 방사능 피폭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 결과, 탈북자 40명 중 9명(2017년 4명, 2018년 5명)에게서 최소 검출 한계 이상 수치가 나타나 방사능 피폭 가능성이 의심됐다. 이들은 검사에서 '염색체 이상'의 판단 기준인 25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른미래당 정병국 의원실은 이달 초 통일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해, 지난해 방사능 피폭이 의심된 탈북자들에게서 각각 7~59개의 변이 유전자가 확인됐다고 공개했다. 2017년 피폭 의심 탈북자들에게도 각각 7~10개의 변이 유전자가 발생했다.
 
피폭선량은 심각한 수준에 달했다. 지난해 피폭 의심 탈북자들의 몸에선 279~1,386mSv, 2017년 피폭 의심 탈북자들에게서도 279~394mSv의 방사선 피폭 흔적이 나왔다.
 
이는 일상생활의 연간 자연 방사선량(2.4mSv)과 원전업계 종사자의 연간 허용치(50mSv) 등에 비교하면 적게는 수십 배 많게는 수백 배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체르노빌 사고 당시 이주 권고 기준(350mSv)과 후쿠시마 원전 당시 최대 검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 중 8명은 북한이 6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풍계리 핵실험장이 있는 길주군(7명)과 인근 지역 명천군(1명)에 거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오랫동안 제기돼 온 북한 핵실험장 인근 주민들의 건강 이상 논란에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다.
 
실제로 탈북자들에 따르면 풍계리 인근 지역에서는 기형아 출생과 원인을 알 수 없는 각종 질환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증가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이 죽으면서 주민들은 이를 두고 '귀신병'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증언했다.
 
이런 가운데 검사를 의뢰한 통일부가 2017년 검사 결과를 축소하고, 지난해 검사 결과는 1년째 발표를 미룬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증폭하고 있다. 통일부는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북한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심각성을 속히 인지하고 방사능으로 북한의 오염된 토양과 해양이 동해 등 우리나라에 미칠 가능성을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에 박 의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통일부는 조속히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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