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기독교 성화 캘린더를 제작해 한국 기독교 문화 진흥을 선도해 온 사람, 한 쪽 눈이 떠지지 않는 장애를 극복하고 회사를 세운 기업인. 이 같은 인물로 알려져 있는 진흥문화 박경진 회장(80)을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신설동 사무실에서 만난 진흥문화 박경진 회장. 그는 꽃재교회 시무장로로 교회를 섬겼고,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대표회장을 맡기도 했다.ⓒ데일리굿뉴스

 

“1951년 1·4후퇴 때 피난민들이 초등학교 교실에서 예배하는 것을 보고 참석했다가 예수님을 믿게 됐어요. 은혜죠.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요셉, 모세, 다윗의 삶에 역사하신 것을 보면서 나를 통해 하실 일이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어요.”

 

1940년 충남 서산에서 태어난 박 회장은 빈농집안에서 자랐다. 가난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상적인 학업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한 쪽 눈꺼풀이 감긴 모습으로 태어나 ‘50%, 외눈, 반쪽짜리’와 같은 궂은 놀림과 비웃음을 당했다.

 

‘내가 과연 이 땅에 태어날 가치가 있는 존재인가’란 의문과 열등감으로 위축돼 있던 소년에게 복음은 ‘하나님 안에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소망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가진 장애는 하나님을 경험하는 통로가 됐다.

 

“돌아보면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어요. 하나님의 뜻이 뭔지,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를 항상 고민했어요.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두려울 것이 없잖아요.”

 

1969년 박 회장은 아내와 아들, 딸을 데리고 가진 것 없이 맨주먹으로 서울에 왔다. 쌀가게 점원, 양말 노점상, 우물 파기, 주방기구 도매상, 문패 달기 등 여러 가지 직업을 전전했다. 철거민촌에서 10년을 지내며 이사를 25번 다녔다.

 

삶이 막막하다고 생각될 무렵, 우연히 캘린더 영업에 뛰어들게 됐다. ‘저기로 가 보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찾아간 약국에서 캘린더 200매 주문을 받게 된 일을 경험하며 자신감을 얻었다. 그렇게 일을 하다 남의 사무실에 책상 하나를 놓고 직접 발로 뛰며 캘린더 영업을 했던 것이 진흥문화사의 첫 걸음이었다.

 

“새벽에 기도하고, 말씀 보고, 설교를 듣고 하면서 감사하면서 일을 했어요. 회사는 하나님께서 축복으로 주셨다고 나는 생각해요. 축복으로.”

 

박 회장은 한 목사님의 강권으로 1978년에는 감리교총회신학교(현 협성대학교)에 입학했다. 낮에는 장사꾼, 밤에는 신학생으로 살았다. 1년 뒤 박 회장은 종로에 7평의 사무실을 마련했다. ‘떨치고 일어나자’는 의미로 진흥(振興)문화사라는 간판을 걸고 본격적인 캘린더 사업을 시작했다.

 

한국에서 기독교 문화 창달을 위해 살겠다는 비전을 품었던 박 회장은 일본과 유럽에 다녀온 뒤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유럽에서 기독교 문화를 접하며 ‘성화 캘린더 제작’을 결심했다. 이렇게 탄생한 국내 최초 성화 캘린더는 히트상품이 되면서 57만부가 팔렸다. 진흥문화는 한 해 600만 부의 캘린더를 판매할 정도의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신설동 진흥문화 사옥 3층에 위치한 진흥기독교백화점. 기독서적을 비롯해 진흥 자회사에서 만든 헌금 봉투, 주보, 리빙용품 등도 판매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진흥문화 회사가 올해 44주년 됐는데 40년 넘게 예배는 꼭 드려요. 각 자회사마다 매주 월요일에 직원 예배를 드리고 있어요.”

 

올해 44주년을 맞은 진흥문화는 그동안 진흥문화(주), 도서출판 진흥, 진흥팬시, 진흥이엔티, 기독교백화점, 갤러리, 진흥투어 등 6개의 자회사를 가진 곳으로 성장했다.

 

박 회장은 이 과정에서 하나님을 향한 감사를 잃지 않았다.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감사예배를 드렸고, 40년 넘도록 매주 월요일마다 전 직원과 함께 예배하는 자리를 꿋꿋이 지켜왔다.

 

사회와 영혼들을 섬기기 위한 활동도 지속했다. 회사 20주년을 맞았을 때부터 입양아들에게 민족의 뿌리를 알려주기 위해 해외입양인 모국방문행사를 매년 개최해왔다. 또 한센인을 돕는 봉사, 한국 기독교 역사·문화 전파, 한국 교회 발전, 다음세대 인재양성 등 다방면으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올해 팔순인 박 회장은 생이 다 할 때까지 감사를 잊지 않고 기독교 문화 창달을 위해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 속에 뿌리내린 복음의 씨앗을 대대손손 전해줘야 되겠다는 사명감이 있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기독 문화 선교를 할 수 있도록 도우실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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