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2020년 7월 24일~8월 9일)이 1년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각종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후쿠시마산 식자재를 선수촌에 공급하겠다는 계획으로도 모자라 전범기인 욱일기 사용까지 허용한 것. 특히 일본과 조직위원회는 주변국의 반발에도 "문제없다"는 입장으로 일관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2020년 도쿄하계올림픽 관련 논란이 확산하면서 올림픽에 공식 불참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최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탈핵시민행동 주최로 열린 '방사능 불안 도쿄올림픽·핵발전소 재가동 강행 아베 정권 규탄 기자회견'의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도쿄올림픽, 일본의 정치적 선전장으로 변질 
 

'2020 도쿄올림픽'이 일본의 정치적 선전장으로 변질되고 있다. 논란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지난 7월 올림픽 선수단 식단에 후쿠시마산 식재료를 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각국 대표단의 문제 제기에도 조직위는 "안전하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강조하며 아랑곳없다.
 
이런 가운데 도쿄올림픽 조직위가 최근 일본 제국주의 침략의 상징인 욱일기 반입을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우리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다. 심지어 패럴림픽 메달에는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문양까지 새겨 넣어 반일감정을 한층 고조시키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2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단장회의에서 대한장애인체육회는 욱일기 반입과 메달 디자인에 대해서 문제 제기에 나섰다. 중국도 한국을 지지하며 반대의 목소리에 가세했다.
 
앞선 이달 초에는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토마스 바흐 위원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역사적 상처를 상기시키는 정치적 상징물"이라며 공식적으로 욱일기의 경기장 반입 금지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IOC는 욱일기 사용 논란과 관련해 "대회 기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사안별로 판단하겠다"라고 밝히며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IPC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 대해 답변하기 어렵다"라며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IPC 앤드루 파슨스 위원장은 욱일기를 형상하는 메달 디자인에 대해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라며 "패럴림픽 메달은 일본 부채의 이미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메달 디자인 수정을 도쿄패럴림픽 조직위에 지시할 생각이 없다"라고 일축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남자 야구와 여자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아즈마 구장은 후쿠시마 제1 원전에서 불과 67㎞ 떨어진 곳이다. 트라이애슬론 경기 등이 열릴 예정인 오다이바 해변은 수질 악화·악취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며 일본 내에서조차 '오다이바 똥물'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류도 문제 중 하나다.
 
정작 일본 정부와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주변국과 자국 내 우려의 목소리에도 "안전하다" "문제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어 파장은 더 커질 전망이다. 오히려 도쿄올림픽·패럴림픽을 이용해 후쿠시마의 복구와 부흥을 전 세계에 알린다는 입장을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시작했다.
 

 ▲2020년 도쿄하계패럴림픽(장애인올림픽) 메달이 전범기(욱일기)를 연상케 해 논란이다. 사진은 2020년 도쿄장애인올림픽 메달 (사진제공=도쿄패럴림픽 조직위원회 홈페이지 갈무리)


'부흥 올림픽' 아닌 '방사능 올릭픽' 되나
 
논란이 확산하자 일각에선 도쿄올림픽 공식 불참을 요구하고 있다. 여론을 대변하듯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도쿄 올림픽 불참에 대한 청원 글이 수십 건 이상 게시됐다. 또 리얼미티가 지난달 발표한 '방사능 농수산물 관련 도쿄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68.9%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하지만 올림픽 불참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아직 지배적이다. 문체부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올림픽 불참, 보이콧에 대해 1988년 서울올림픽 당시 북한과 쿠바 사례를 들며 실효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우리 선수단의 피해를 비롯해 오는 2032년 남북 공동 올림픽 유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방사능과 욱일기 허용 등에 대해선 앞으로도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도 국민들이 냉정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양 교수는 "정부가 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긴 사실상 어렵다"라며 "이럴 때일수록 강 대 강 대치가 아닌 국제사회와 여론을 움직이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방사능 등 안전 문제는 일본 측에 이의를 신청하고 문제 제기했지만 아직 검증된 게 없다"라며 "예를 들면 모스크바올림픽이라던지 LA올림픽 등 냉전시대 당시 불참했던 사례가 있는데, 분명한 사안이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욱일기 논란에 대해서도 "사실 욱일기는 에도시대 때부터 서민 문양으로 자주 활용돼왔기 때문에 일반적인 국민 문화의 한 부분이라는 게 일본의 입장"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보이콧보다는 군국주의나 일본 식민지 연상 등 우리는 우리 측 주장을 국제기구에서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남북 공동팀으로 도쿄올림픽 출전을 검토 및 추진 중인 상황에서 여론의 올림픽 보이콧은 시기상조"라며 "전반적인 상황을 검토하면서 다자간 틀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일본이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환경과 여론을 조성해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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