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민속 대명절 추석. 한 상에 둘러앉아 그동안에 삶을 나누고 맛있는 음식을 함께하지만 마냥 웃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북한이탈주민들은 명절이 되면 이북에 두고 온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 생각에 더욱 쓸쓸하다.
 
 ▲명절이 되면 북한이탈주민들은 이북에 두고 온 가족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다. 현재 남한에 거주 중인 북한이탈주민은 3만2천여명인 것으로 추정된다.(사진제공=연합뉴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발표한 ‘2018년도 북한이탈주민 정착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거주중인 북한이탈주민은 현재 3만2천여 명. 그러나 비보호 탈북민을 포함하면 그 수치는 더 커진다. 목숨 걸고 국경을 넘었지만 마음이 편할 수는 없다. 남겨진 가족을 등 뒤로 하고 떠나온 발걸음이 가벼울 리 없다.

갈 곳이 없다는 현실

북한이탈주민은 명절에 갈 곳이 마땅치 않다. 그렇기에 친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로의 외로움을 달랜다. 교회의 경우는 좀 더 낫다. 북한 출신 성도들이 모여 명절 음식을 직접 만들어 먹기도 한다. 마음이 맞는 성도들이 모여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북한이탈주민들로 이뤄진 K 교회 이 모 담임목사는 “북한 출신인 사람들은 딱히 갈 곳이 없다. 친한 지인들이 모여 북한 음식을 해 먹고 어딘가 여행을 간다”며 “북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명절에 더 커지기에 조금이나마 덜기 위함이다. 평소에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물질적으로 도울 방법도 항상 고민한다”고 말했다.

이 모 목사는 이번 추석연휴 기간 동안 이북 출신 목사, 성도들과 함께 서해로 여행을 다녀왔다.
 
명절 가족 간 다툼 마저 부러울 뿐

간호조무사로 재직 중인 이영주 씨는 추석 연휴에도 일터로 향했다. 찾아볼 가족은 북에 있기 때문에 집에 있어봐야 쓸쓸한 마음만 커질 뿐이다. 주변 사람들이 명절 스트레스의 볼멘소리를 내도 이 씨는 부럽기만 하다. 집에 있으면 가족 생각이 더 커지기에 바쁘게 일하는 것이 속 편하다.

이 씨는 “제가 다니는 교회는 과반수가 탈북민이다. 명절이 되면 이들 중 30% 이상을 일부러 출근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또한 “여행을 가는 분들도 있지만 파주에 있는 임진각이나 통일전망대 등 북한과 인접한 지역을 일부러 찾는 분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명절이 되면 이 씨는 가족 생각이 더 간절해진다. 단순히 잘 지내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끼니 걱정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북에 남겨진 동생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하루가 편할 리 없다.

이 씨는 “그래도 감사한 것은 하나님 안에 붙들려 살기 때문에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믿는 사람답게 하루를 사는 것”이라면서 “북한 땅의 있는 가족과 동포, 또 한국에서 살아가는 북한이탈주민들도 모두가 저처럼 감사하며 살 수 있기를 기도할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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