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간의 추석 연휴가 지나갔다. 예년보다 비교적 짧은 추석 연휴였지만, 일가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따뜻한 정을 나누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하지만 명절 끝자락이 되면 어김없이 정신적·육체적 증상으로 괴로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명절 증후군'이다.
 
 ▲최근 명절 전후로 명절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명절 증후군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휴식과 충분한 수면 등이 도움된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명절의 단면, 명절 증후군
 
주부 A(여, 35) 씨는 추석이 다가오자 지난 설 명절의 악몽이 떠올랐다. 제사와 명절 음식 준비부터 이제 막 돌 지난 아들의 육아까지 오롯이 A 씨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허리와 팔목이 끊어질 듯 아팠고, 두통과 소화불량까지 더해졌다. 특히 시어머니의 말 한마디는 A 씨에게 큰 상처를 줬다. 이후로 시어머니만 생각하면 숨이 막히고 가슴이 답답한 A 씨. 추석 명절을 쇠러 시댁에 갈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고 밤에 잠도 오질 않는다.   
 
두 아이를 둔 가장 B(남, 42) 씨는 명절만 되면 정신적·육체적 피로감이 몰려온다. 새벽 장거리 운전부터 성묘와 제사 그리고 고향 집에만 가면 예민해지는 아내 눈치에 마음 편히 쉴 수가 없다. 모처럼 낮잠이라도 푹 자고 싶지만 처가까지 다녀오면 어느새 연휴 끝이다. 차라리 출근하는 게 더 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명절을 앞둔 B 씨는 만사가 귀찮고 우울한 마음뿐이다.   
 
A 씨와 B 씨는 이른바 '명절 증후군'을 겪고 있다. 이들뿐 아니다. 최근 명절 전후로 명절 증후군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인크루트와 알바콜이 올해 공동으로 진행한 '명절 증후군' 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10명 중 8명이 명절 증후군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명절 증후군이란 명절로 인해 육체적 피로와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 나타나는 증상이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에서 발생하는 일종의 문화 증후군이라고 할 수 있다.
 
원인은 정신적 측면과 물리적 측면 두 가지로 나뉜다. 먼저 정신적 측면으로는 △가부장 문화에 따른 스트레스 △시댁 식구와의 관계 △차례 문화로 인한 종교적 불화 등이 있다. 물리적 측면으로는 △극심한 가사노동으로 인한 육체적 피로 △과식이나 기름진 식사 등이 대표적이다.
 
명절 증후군은 A 씨처럼 시댁에서 극심한 가사노동과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는 기혼여성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하지만 드물게는 B 씨의 경우처럼 남성에게도 증상이 찾아온다.
 
육체적 피로로 인한 증상은 손목, 어깨, 허리 등의 통증과 두통, 몸살, 소화 불량, 속 쓰림, 가슴 두근거림 등이 대표적이다. 정신적 피로로 인한 증상으로는 무기력이나 우울, 불안, 짜증 등이 나타나는데, 심한 경우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우울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렇다면 명절 증후군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휴식'이라고 강조한다. 집에 돌아오면 하루 정도는 집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8시간 정도 숙면을 취해야 한다.
 
다시 일상에 복귀한 후에는 틈틈이 스트레칭과 산책 등 가볍게 유산소 운동하는 것이 좋다. 일과 중 피곤함이 느껴지면 점심시간을 이용해 20분 정도 낮잠 자는 것도 도움 된다. 술자리 등 늦은 약속과 자기 전 스마트 폰 사용은 숙면에 방해가 되니 피해야 한다.    
 
스트레스와 정신적 피로를 이겨낼 수 있도록 각자의 취미활동을 통해 심신을 안정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유지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아로마 에센셜 오일을 이용한 반식욕도 좋다.
 
명절 증후군은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지만, 증상에 따라 통증 범위가 넓어지거나 만성화되는 등 악화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와 관심이 필요하다. 만약 증상이 심하거나 지속될 경우엔 방치하지 말고 즉시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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