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흩어졌던 일가친척이 모처럼 한자리에 모여 보름달 같은 넉넉함을 나누며 따뜻한 정을 느낄 수 있는 반가운 날. 그래서 추석은 일 년 중 가장 손꼽아 기다려지는 명절이기도 하다. 그러나 오히려 명절이 일 년 중 가장 두려운 날인 사람들이 있다. 특히 독거노인들은 명절 때만 되면 사무치는 그리움과 외로움에 가슴앓이 한다. 어느 때보다 나눔의 손길이 필요한 이때, 독거노인들을 위해 특별한 잔치가 열렸다. 따뜻한 나눔으로 명절의 온기를 더한 '사랑의 송편 나눔 잔치' 현장에 다녀왔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랑의 송편 나눔 잔치를 진행한다. 사진은 송편 나눔 잔치에서 어르신들의 생신을 축하하고 있는 모습 ⓒ데일리굿뉴스

 
사랑의 송편 나눔 잔치…예수 사랑으로 복음 전해
 
민족 대이동이 시작된 추석 연휴. 인천 서구 심곡동 한신교회(담임 김정봉 목사)에 도착한 사랑의 빨간 밥차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음식 만들기에 분주하다. 따뜻한 쌀밥과 미역국, 수육, 나물, 김치 등 손맛 듬뿍 담긴 명절 음식이다. 대표적인 추석 음식인 오색 송편도 빠지지 않았다.
 
독거노인과 노숙자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해 매일 따뜻한 식사 한 끼를 제공하는 사단법인 사랑의 쌀나눔운동본부(이사장 이선구 목사)가 추석 명절을 맞아 지역 독거노인을 위해 마련한 잔치 현장이다.
 
잔치가 열린 한신교회에는 시작되기 전부터 지역 어르신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팡이에 의존하며 내딛는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지만 표정엔 하나같이 기쁨과 설렘이 가득했다. 어느새 교회 식당 안은 300여 명의 어르신이 참석해 발 디딜 틈 없이 북적였다.
 
이날 잔치는 이선구 목사의 기도로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지 않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모두 이 목사의 기도에 "아멘"으로 화답했다. 이어 생신을 맞은 어르신들을 위한 합동 생신 축하 잔치가 진행됐다. "생신 축하합니다" 노래가 식당 안에 울려 퍼지고 어르신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풍성한 한가위답게 넉넉한 나눔은 계속 이어졌다. 봉사자들은 테이블을 돌며 화장품을 비롯해 양말, 간식 등 다양한 선물을 나눠드렸다. 몇몇 할머니는 그 자리에서 립스틱을 꺼내 입술에 바르시며 웃음꽃을 피웠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지난 10일부터 오는 13일까지 추석 명절을 맞아 사랑의 송편 나눔 잔치를 진행한다. 사진은 송편 나눔 잔치에서 식사하는 어르신들의 모습 ⓒ데일리굿뉴스

이를 바라보는 봉사자들 역시 즐겁기는 마찬가지였다. 매주 화요일마다 나눔과 섬김 현장에 동참한다는 한신교회 권사 허금화(여, 63) 씨는 "봉사하면서 마음의 기쁨과 활력을 얻는다. 마음이 기쁘면 삶도 기쁘고 즐겁다는 걸 느꼈다. 오히려 내가 받고 가는 게 더 많다"고 미소지었다.
 
개인 봉사자 정금이(여, 53) 씨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그런지 어르신들 모두 내 부모님 같다"며 "아무쪼록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건강하셔야 식사도 하러 오실 수 있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들뿐 아니다. 개인 또는 단체에서 동참한 수십 명의 자원봉사자는 내 부모 같다는 마음으로 봉사에 임했다. 이어진 식사 시간에는 자원봉사자들이 따뜻한 식사를 식판에 담아 어르신들께 직접 가져다드리며 따뜻한 말을 건넸다.
 
덕분에 식사를 대접받는 어르신들은 명절의 정을 느끼며 큰 위로를 받았다. 조재순(남, 87) 할아버지는 "여러 사람을 새로 만나 대화하며 같이 어울릴 수 있고, 또 하나님이 베풀어 주신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다"며 "바쁜 시간 내서 우리 같은 사람들 대접해줘서 감사하다. 덕분에 따뜻한 추석이 될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평소에도 식사하러 자주 방문한다는 이상열(남, 80) 할아버지는 "밥차 단골이다. 이번에도 추석 잔치가 열린다고 해서 오게 됐는데, 매년 잊지 않고 노인들에게 선의를 베풀어줘서 말할 수 없이 고맙다"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 이선구 이사장은 "10년 넘게 매년 지역 독거노인을 모시고 기쁨과 행복이 가득한 한가위를 맞이할 수 있도록 송편 나눔 잔치를 하고 있다"며 "나눔 사역을 하는 것은 오직 하나,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전하고 예수를 믿게끔 하는 것이 전부"라고 전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요한 1서 3장 18절 말씀처럼 우리가 말과 혀로만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을 해야 한다"며 "한국교회가 주위의 소외 이웃을 가슴으로 끌어안고 예수그리스도의 사랑을 함께 전할 수 있도록 동참해달라"며 관심과 기도를 부탁했다.
 
사랑의쌀나눔운동본부가 진행하는 사랑의 송편 나눔 잔치는 지난 10일부터 시작해 추석 당일인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잔치로 서울과 인천 등 6개 지역 3,000여 명의 소외된 이웃에게 넉넉한 한가위가 되도록 따뜻한 나눔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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