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가명), 현윤종(가명), 박하윤(가명)씨는 한 집에 살고 있다. 세 명 모두 발달장애가 있다. 2년 전부터 가족의 품을 떠나 독립해 함께 살고 있다. 이들의 가족들은 비슷한 고민으로 아이들을 내보냈다. 나중에 가족들조차 챙겨줄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 살아낼 수 없을 것을 염려한 것이다.
 
 ▲장애인거주시설의 수용을 거부하고 독립해 사는 장애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데일리굿뉴스

장애인 ‘탈시설’ 정책 불구 독립까지 멀고 먼 길

2006년 유엔에서 192개국 만장일치로 통과된 장애인권리협약은 제19조에서 ‘장애인은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자신의 거주지 및 동거인을 선택할 기회를 가지며 특정한 주거 형태를 취할 것을 강요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이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여전히 장애인들이 원하는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살기 어려운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김지현 씨 엄마인 유가슬(가명)씨는 7년 전 지현 씨를 장애인시설에 보냈다. 도저히 돌볼 수 있는 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마 안 돼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올 수밖에 없었다.
 
지현 씨가 다니던 시설에서는 조금만 말썽을 피우고 이상징후를 보여도 정신과 약을 한 움큼씩 줬다. 정해진 시간에 다같이 일어나 같은 시간에 밥을 먹어야 했다. 또한 특정 장애를 가진 약점을 이용해 다른 친구들이 하는 프로그램에서도 제외시키곤 했다. 지현 씨는 이곳을 ‘감옥’이라고 표현한다.
 
이같이 장애인거주시설의 비인권적 행태가 계속해서 수면위로 올라오지만 여전히 시설에 수용돼서 사회와 격리된 경우가 많다. 서울시 통계에 따르면 관내 시설 입소 장애인 2,657명(2017년 기준) 중 자진해서 시설로 간 사람은 3.5%(96명)에 불과하다. 원치 않는 시설행으로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사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이에 서울시는 2013년 전국 최초로 장애인 탈시설 지원 정책을 시행했다. 1차 장애인거주시설탈시설화추진계획에 따라 2013년부터 5년간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을 지원했다. 2차 발표한 탈시설화 추진계획은 ‘5년 내 800명 지원’이다.
 
하지만 당장 탈시설 후 독립하기 위해 집을 구할 때부터 난관에 봉착하게 된다. 2017년 서울시가 시설 입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탈 시설을 희망하는 장애인 45.3%가 ’둘 이상 함께 살기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여기서 문제는 함께 살기를 희망해도 서로 가족이라고 인정받을 수 없는 경우에는 정부가 제공하는 취약계층전세자금대출혜택을 받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주택지원 정책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주거코치 통한 장애인 독립 '맞춤형 지원' 시급

서울시는 장애인이 독립 후 자기 집에 거주할 때 적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지원주택 주거서비스’ 시범사업을 2017년부터 진행 중이다. 자기 생활을 독립적으로 꾸려 나갈 수 있도록 주거매니저, 주거코치를 통해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주거코치는 숙직하기도 하고 필요한 시간대에 맞춰 방문하기도 한다. 독립한 장애인들을 돌봐주고 기본적인 집안일부터 알려준다. 설거지부터 요리, 빨래 등을 혼자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연습시킨다.
 
그 결과 지현 씨와 친구들은 장을 봐서 요리를 하고 식탁 세팅을 하며 식후에는 설거지까지 할 수 있게 됐다. 이외에도 돈 관리하는 법, 아플 때 병원에 전화하는 법 등을 배워가며 ‘홀로서기’를 준비 중이다.
 
가슬 씨는 “같은 어려움을 가진 부모들에게 어렵겠지만 그래도 자녀를 독립시킬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고 말한다”며 “부모와 떨어져 있어도 여전히 엄마가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아갈 수 있게 일찍부터 연습을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장애인 독립을 돕는 정책이 전반적으로 개선돼서 ‘내 집’ 마련도 수월하게 할 수 있었음 좋겠다”며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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