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를 기록하며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는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징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경기가 둔화하는 가운데 고령화까지 겹쳐 마이너스 물가가 종종 발생하는 ‘뉴노멀(New Normal)’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사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했다.지난해와 달리 양호한 기상여건 덕에 농·축·수산물 가격은 하락하고 국제유가도 내린 영향으로 풀이된다.(사진제공=연합뉴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로 1965년 통계작성 이후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0.8%를 기록한 이후 계속 1%를 밑돌다가 8월에는 -0.04%로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정부는 마이너스 물가가 농·축·수산물 가격과 국제유가 하락 등 공급측 요인과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정책 요인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라고 내다봤다.

 

정부 관계자는 "유가 급락 등 공급 측에서 다른 큰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소비자물가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11∼12월께에는 플러스로 전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상승률이 상품과 서비스 전반에서 일정 기간 지속해서 0% 아래로 하락하는 현상이다. 자산시장 불안 등의 충격으로 총수요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가계는 소비를 미루고 기업은 신규투자와 생산을 축소하면서 고용이 감소하고 임금이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소비와 내수 부진이 심화하면서 디플레이션이 심화하는 악순환이 생긴다.

 

경제 전문가들은 아직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만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여건이 불확실해지고 있어 예상 밖의 충격으로 전반적인 총 수요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둔화와 성장률 하락, 고령화 요인까지 맞물려있는 만큼 마이너스 물가가 '뉴노멀'이 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한국 상품 수출액이 1% 감소할 때 민간 소비는 0.15% 줄고, 소비자 물가는 0.06% 하락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의 상품 수출액이 3% 감소하는 시나리오에서는 민간소비는 0.45% 감소하고, 소비자물가도 0.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IMF는 2017년 발표한 조사보고서에서 한국의 고령화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회귀 분석한 결과, 고령화는 2022년까지 한국 물가상승률을 0.3%포인트 끌어내리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주원 경제연구실장은 "국제유가 급락 등의 요인이 있다면 연말에도 마이너스 물가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 "경제성장률 수준이 많이 떨어져 물가상승 수준도 떨어지면서, 앞으로 마이너스 물가는 종종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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