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2019 커리어 오디세이 페스티벌' 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 상담을 기다리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취업준비생 이모(27)씨는 취업을 준비하던 회사 한 곳에서 채용 계획이 없다는 소식을 듣고 크게 실망했다. 그는 "기업들이 지난해보다 인력을 적게 뽑는데다, 채용의 기회가 많지 않아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채용기회'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줄면서 취업 준비생들의 기회도 바늘구멍처럼 줄어들고 있다. 가뜩이나 좁은 취업시장에 한파가 예고된 것. 바야흐로 9월 하반기 공채시즌에 접어들었지만, 대기업들이 취업문을 좁히며 취업준비생들의 불안감이 더 커지고 있다.

최근 구인구직 플랫폼 잡코리아가 발표한 '올 하반기 대졸 신입 신규 채용 계획'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246개 대기업 가운데 34.2%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채용계획이 있는 곳은 45.6%(113개)로 채 절반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 20.2%는 아직 채용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의 하반기 공채 규모도 3만 841명으로 지난해보다 3.8% 줄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불경기에 채용규모 자체가 준데다 몇 년 전부터 시작된 수시채용 붐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내 채용시장의 분위기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아예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채용으로만 인력을 충원키로 했고, SK그룹도 대졸 신입사원 정기 공채를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NHN도 개발직군만 공채로, 그 외 직군은 수시채용으로만 선발한다. 그야말로 공채 문화가 수시채용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수시채용은 공채에 비해 채용규모가 현저히 적고 신입보다는 경력직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채용과정의 투명성이 낮다는 인식도 우려를 더하는 부분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수시채용의 경우 채용기록을 그룹 차원에서 관리하지 않는 예가 많다"면서 "인사권자가 특정 지원자를 추천 받을 용이한 구조다. 안 그래도 높은 취업 문턱이 깜깜이 채용절차로 인해 더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반면 수시채용으로 '스펙보다 실무 중심의 채용이 늘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기업의 수시채용 도입 이유는 필요한 시점에 원하는 인재를 유연하게 영입할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것이 많은 기업들의 판단이다. 기업들은 불필요한 '스펙 쌓기'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하지만,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선 각 기업이 요구하는 능력을 스스로 찾고 습득해야 하기에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취업 시장의 변화가 본격화된 만큼, 기업과 취업준비생 모두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진학사 캐치 김준석 본부장은 "수시채용 확대는 원하는 인재를 원하는 시기에 선발하고 싶은 기업과 취업준비생 모두에게 기회 일 수 있다"며 "인재 선발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더 적극적으로 기업 문화와 직무에 대해 알리는 등 보다 실무 중심의 취업 준비가 요구된다. 새로운 전략 마련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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