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이 시위 88일 만에 공식 철회됐다. 대규모 시위를 통한 홍콩시민의 힘으로 송환법 철회를 이끌어낸 셈. 하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홍콩 시위대에 밀렸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기 위해 보도를 통제하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정부가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송환법 공식 철회에…중국 본토는 '쉬쉬'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은 지난 4일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하고 각계각층과의 대화, 경찰민원처리위원회(IPCC)에 의한 경찰 시위진압 과정 조사, 홍콩 사회 문제의 뿌리 깊은 원인 조사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SCMP에 따르면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표가 나온 후 인민일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등의 관영 매체는 이를 간략하게 보도했을 뿐 이를 상세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동안 홍콩 시위대가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를 훼손하는 모습 등을 상세하게 보도하면서 홍콩 정부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기사를 연일 쏟아냈던 것과는 대조되는 모습이다.

중국 관영 매체의 이런 반응은 홍콩 정부가 시위대에 '양보'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지난 6일 오후 6시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표 후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송환법 철회 조치를 비판하면서 홍콩 정부가 시위대가 굴복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오후 8시 무렵이 되자 웨이보는 물론 글로벌타임스, 신경보 등 관영 매체 사이트에서도 송환법 철회와 관련된 글이나 게시물 등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중국 내 검열 문제를 추적하는 '프리웨이보닷컴'에 따르면 전날 '철회'라는 단어는 웨이보에서 가장 많이 검열된 단어 중 3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호주의 중국 전문가인 퍼거스 라이언은 "중국 당국은 송환법 철회를 반대하는 사람들의 분노가 자신들을 향할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것 같다"며 "시위를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나, 정부가 시위대의 요구에 양보한다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중국의 한 미디어 전문가는 "캐리 람 행정장관이 송환법 철회가 자신의 결정이라고 말하는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중국 본토) 누리꾼들의 분노가 캐리 람 장관에게 향하는 것을 원치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검열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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