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기업들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홈어드벤티지를 받기는커녕 역차별에 시달리고 있다. 망 사용료는 국내 업체가 더 부담하는 반면 정보 수집과 활용은 규제에 막혀 해외 업체와 비교했을 때 이점이 없다.
 
 ▲네이버 회원가입 시 수집하는 개인정보 항목이 12개인데 비해 구글은 57개로 국내 인터넷 기업들이 데이터 수집과 활용 면에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사진제공=Pixabay)

국내외 인터넷 업체 개인정보 수집·망 사용료 역차별
 
글로벌 인터넷기업들이 우리나라에서 특혜를 누리고 있다.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해외 인터넷 업체들이 수집하는 사용자 개인정보 항목이 국내 업체들보다 두 배 이상 많다.
 
대표적 글로벌 기업인 구글은 사용자가 Gmail 계정을 만들 때 유튜브 시청 목록과 검색기록, 구글 서비스를 이용해 전송하는 메시지 등 57개 개인정보 항목을 수집한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원활한 계정 개설은 어렵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다. 사진 촬영 장소, 스마트폰 주소록, 이용자 위치 정보 등 51개 개인정보 항목을 수집한다. 반면 네이버와 카카오는 수집 항목이 각각 12개, 18개다. 외국 업체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국내 업체들이 개인정보 수집에 소극적인 것은 자발적 결정이 아니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비롯한 국내 개인정보 관련 법령에 제한받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부는 업체들이 개인정보를 포괄적으로 수집하고 활용할 수 없도록 '온라인 개인정보 처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국민들의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법령의 필요성은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문제는 법령과 가이드라인이 국내외 업체에 각각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비교적 제한으로부터 자유로워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보 수집 격차는 서비스 차이로 이어진다. 수집한 정보를 이용해 제공하는 개인화된 서비스가 날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은 사진 인식 기술로 친구 추천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글은 이용자 위치 정보를 수집해 사진의 지리 정보를 알려주기도 한다.
 
국내 업체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해외 업체가 개인 데이터를 더 세밀하게 분석할 수 있기 때문에 뉴스나 영상 추천 등에서 사용자 취향 적중률이 차이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업체들은 망 사용료도 제대로 내지 않고 있다. 네이버는 연간 약 700억 원, 카카오가 연간 약 300억 원을 망 사용료로 지불하는 반면 페이스북은 연간 약 150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카카오나 네이버는 비용 문제 때문에 절대 구글과 같은 고화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며 결국 사용자의 선택이 갈려 이미 동영상 미디어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해외 업체들도 동일한 망 사용료를 내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해서 제시되지만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규제 실효성을 갖췄는지는 의문이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페이스북이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이다.
 
앞서 방통위는 "구글이 우리 국민의 개인정보 및 위치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했다"며 본사를 조사하고 행정처분을 내리려는 시도도 있었다. 그러나 구글 측의 "당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 본사를 둔 미국 기업으로 캘리포니아 주법을 따른다"며 한국 법 준수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행정처분을 내리지 못했다.
 
해외 업체 규제가 힘들다면 국내 업체의 제한 수준을 개선해 역차별 상황을 타개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망 사용료는 통신업계와 타협이 쉽지 않고 개인정보 관련 법률 개정은 시민단체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난항을 빚고 있다.
 
김 의장은 "인공지능(AI) 분야 인재들이 한국을 떠나는 이유는 데이터 수집과 활용이 어렵기 때문"이라며 "데이터를 활용하는 경험이 많을수록 AI는 발전할 수밖에 없는데 '골든타임'을 놓치면 미래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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