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에는 자신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좌절에 빠지거나 심지어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어떤 고난의 가시밭길에도 결코 굴복하지 않고 하나님께 감사하며 주어진 고난의 길을 헤쳐 나가는 사례들은 은혜와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특별기획 ‘복음이 희망이다’에서는 고난 중에도 변함없이 하나님을 신뢰하며 믿음의 열매를 맺어나가는 가슴 따뜻한 사례들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해 3월, 본지는 경비 일로 얻은 수입으로 생활하며 복음전파에 힘쓰는 파주 사랑의교회 김성록 목사를 만났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여전히 사역에 힘쓰고 있는 그를 1년 6개월 만에 다시 찾았다.
 
 ▲파주에서 경비원, 직업 소개소 소장, 사회복지사 등으로 활동하며 복음을 전하는 김성록 목사ⓒ데일리굿뉴스

그 사이 바뀐 게 또 있었다. 김 목사는 5번째로 개척한 사랑의교회를 얼마 전 후배 목사에게 물려줬다. 자신은 파주 금촌역 인근 시장에 있는 꽈배기집 건물 2층에 새 사무소를 마련했다. 간판 없이 ‘믿음일터선교회’라고 이름 지어진 사무소는 노인 일자리 소개소인 ‘믿음 일자리’와 은퇴 목사·장로들이 모이는 ‘예배처소’로 사용되고 있다.
 
여든을 앞둔 김 목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1944년생인 그는 ‘은퇴’란 단어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목사, 경비원, 뻥튀기 판매업자, 사회복지사, 경기도 환경단체 봉사자, 아파트 노인회 부회장 등 직책이 6가지나 된다.
 
김 목사가 이렇게 많은 활동을 하는 이유는 ‘한 영혼이 천하보다 귀하다’는 마음으로 평생 남을 도와주고 베풀며 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이틀에 한 번 경비 일을 하고, 직업소개소 소장으로 활동하며 만나는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있다.
 
“자선 사업하는 게 내 어릴 적 꿈이었어요. 그런데 하나님 아버지께서 그 꿈을 지금 이뤄주고 계시지. 그냥 나는 순종하는 거지 뭐. 아버지가 가라면 가고 오늘 충성하면 그만이지.”
 
김 목사는 ‘값없이 주라’는 말씀에 순종하고자 할 뿐이라고 했다. 넉넉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후배 목사에게 개척한 교회를 값없이 물려주는가 하면 자동차가 필요한 사람에게 타던 차를 거저 주기도 했다. 주일 예배가 끝나면 헌금은 고사하고 모인 사람들에게 밥 한 끼라도 꼭 대접하려고 한다.
 
김 목사의 ‘베풂’은 종교가 다른 사람에게도 감동을 줬다. 김 목사를 가까이서 지켜본 안철민 씨는 그의 수필집 '진정한 행복'에서 김 목사를 ‘마음의 재벌’이라고 소개하며 "나는 철저한 불교 신자임에도 어쩌다 한 번씩 그 교회에 설교를 들으러 간다"고 언급했다.
 
 ▲김성록 목사가 꽤배기 가게 2층에 마련한 사무소. 7-8평 남짓한 이 공간은 사무실이자 예배처소, 쉼터로 이용되고 있다.ⓒ데일리굿뉴스

“나는 오늘만 있어요. 오늘 내가 이렇게 멀쩡하게 사는 게 기적이지. 하나님 아니었으면 벌써 죽었지. 그니까 아침에 일어나면 감사하고, 누구한테 줄 수 있으니 감사하고. 그것뿐이지.”
 
김 목사는 “감사하며 즐겁게 살아가는 게 전부”라고 강조했다. 김 목사가 ‘감사의 사람’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죽음의 위기에서 건지신 하나님의 손길 때문이었다.
 
그는 삶에 풍파가 많았다고 했다. 어릴 적 영적인 세계에 열려 무속인이 될 뻔 했고, 1960년대 월남전에 참전해 나무에서 떨어지고,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등 죽을 고비를 수차례 넘겼다. 하고 싶던 공부를 하지 못하고 신문 배달과 극장 간판을 그리며 연명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는 하나님이 은혜를 주신다는 믿음으로 공부를 포기하지 않았다.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공부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했다.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라면 끝까지 해보자’는 생각으로 60세에 총신대신학대학원을 졸업해 목사가 됐다. 사정이 있어 일반대학 졸업이 늦어졌지만 공부를 지속해 70세에 졸업장을 받았다.
 
2017년에는 몸이 불편한 노인을 돕기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 그는 “나 같은 별 볼일 없는 사람도 하나님이 은혜를 주셔서 할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내 어릴 적 소원이 이뤄지는 건 지금부터예요. 은퇴한 노인들 위해서 일자리 만들어 주고, 장애인·노인을 위해서는 요양원을 하나 짓고 싶어요. 노인과 지역주민이 편히 쉴 수 있는 ‘사랑의 쉼터’도 만들면 좋지.”
 
그는 앞으로 남은 생도 예수님처럼 사랑을 베풀고, 값없이 주며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인생의 마지막을 바라보는 나이라지만 김 목사는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과 사명을 갖고 매일의 삶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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