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오랫동안 동성애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 중 하나다. 이런 가운데 첨예한 논란에 마침표를 찍는 연구가 발표돼 주목받고 있다. "동성애를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가 없다"는 결과다.
 
 ▲최근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에 동성애를 결정하는 단일 유전자가 없다는 연구가 게재됐다. 사진은 퀴어문화축제에서 무지개 깃발이 펄럭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동성애, 환경 등에 의해 주로 형성돼
 
미국 AP통신과 헬스데이 뉴스 등 외신은 최근 미국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가 공동 운영하는 브로드 연구소(Broad Institute) 정신의학연구센터 유전학 연구실장 벤저민 닐 박사 연구팀이 연구를 통해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세계 최대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와 미국 유전자 검사 기업 23앤드미(23andMe)에 보관된 동성 간 성관계 경험이 있는 47만 7,522명의 DNA 샘플과 생활습관 조사 자료를 선별해 분석했다. 동성애 관련 연구로는 최대 규모다.
 
분석 결과, 연구팀은 동성애 관련 단일 유전자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또 동성애 성향과 연관성이 있는 5개 변이유전자를 발견했지만, 동성애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5개의 변이유전자는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찾았지만, 2개는 남성에게서만 발견됐다. 남성만 갖고 있던 변이유전자는 후각, 탈모와 각각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닐 박사는 "후각은 성적 유혹과 연관이 있다. 하지만 성적 성향과도 관계가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라며 "남성형 탈모는 성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을 비춰볼 때 호르몬 조절과 동성애 성향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이유전자를 통한 성적 성향 결정은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분석을 통해 "변이유전자가 동성애를 결정하는데 미치는 영향은 1% 이하"라며 "동성애 등 개인의 성향은 주로 환경이나 경험에 의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라고 해석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유전학자 딘 해머가 지난 1993년 발표한 "염색체 'Xq28'이 동성애 성향을 결정한다"라는 연구를 뒤집는 결과다. '동성애 유전자'가 없다는 연구가 꾸준히 발표되면서 해묵은 동성애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연구는 미국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 8월 29일 자)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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