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둘레를 돌고 있는 수많은 인공위성으로 인해 우주 쓰레기 문제와 대기권으로의 추락 문제 외에도 위성간 충돌 위험도 고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팰컨9 로켓에 실려 우주로 발사된 스타링크 위성[UPI=연합뉴스]

미국 민간 우주 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인터넷 위성과 유럽우주국(ESA)의 지구관측 위성이 충돌할 뻔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각종 위성으로 점점 더 복잡해져 가는 저궤도 우주 공간에서의 충돌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셈이다.

과학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ESA 지구관측 위성 '아이올로스(Aeolus)'가 지난 9월 2일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44'와 충돌 위험을 피하기 위해 반 바퀴를 앞두고 고도를 높이는 회피 기동을 해 사고는 면했지만, 위성이 갈수록 늘어나는 데 따른 근본적인 충돌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타링크 44는 스페이스X가 초고속 우주 인터넷망을 구축하겠다며 지난 5월 23일 1차로 팰컨9 로켓에 실어 무더기로 배치한 60기 위성 중 하나다.

스페이스X는 올해 안에 4차례 더 스타링크 위성들을 쏘아 올릴 예정이며, 총 1만 2,000기로 우주 인터넷망을 완성한다는 구상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다 원웹(OneWeb), 아마존 등도 수천기의 인터넷 위성 계획을 추진 중이어서 지구 저궤도는 위성으로 넘쳐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위성에 충돌방지 장치가 탑재돼 있다고 자랑해왔지만 이번에는 작동하지 않았다.

ESA 우주잔해연구소는 미군 당국으로부터 두 위성의 충돌 가능성을 통보받은 뒤 스페이스X 측에 연락했지만, 이메일을 통해 '조처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을 받고 아이올로스의 추력 발생 장치를 가동해 고도를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충돌 위험은 1,000분의 1로 회피 기동을 해야 하는 기준의 10배에 달했다.

ESA는 지난해 위성이 회피 기동을 한 것이 모두 28차례로 드문 일은 아니지만, 이는 모두 위성 파편 등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가동 중인 위성을 피해 회피 기동을 하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밝혔다. 특히 스타링크와 같은 무더기 위성 발사로 회피 기동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SA는 스페이스X 측이 위험 회피 조치를 거부한 것이 스타링크 위성의 전기추진 시스템이 아이올로스의 화학연료를 이용한 추력 발생 장치만큼 신속하게 반응할 수 없는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스페이스X 측은 이와 관련한 어떤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다.

홀커 크래그 ESA 우주잔해연구소장은 포브스지와의 인터뷰에서 "지구 궤도에 1만대의 위성이 도는 시대에 그 운영자가 이메일로 (충돌경보) 대책을 답변하는 것은 있을 수 없으며, 내가 그려온 현대 우주 비행과는 거리가 멀다"고 꼬집었다.

ESA는 공식 트윗을 통해 "스타링크처럼 수백, 수천기로 구성되는 대규모 위성군단으로 지구 궤도를 도는 위성이 늘어나면서 현재와 같은 수동식 절차로는 충돌을 방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서 "미래의 대규모 위성을 다루려면 인공지능 관제시스템이 필요할 수도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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