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인천 교계와 시민단체들의 반발로 무산됐던 인천퀴어축제가 31일 인천 부평역 광장에서 다시 열렸다. 동시에 인근에서는 교계와 시민단체의 반대 연합집회도 진행됐다. 이번에는 지난해와 같은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기독교 복음 전래지라 불리는 인천에서 퀴어축제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교계와 인천 시민단체들의 우려가 크다.
 
 ▲인천광역시기독교총연합회가 31일 인천 부평공원에서 '2019 인천 퀴어 반대 연합집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연합집회 모습 ⓒ데일리굿뉴스

 
인천 교계와 시민단체 하나 되어 평화집회 진행
 

인천광역시기독교총연합회(인기총, 대표회장 황규호 목사)가 31일 인천 부평역 인근 부평공원에서 '2019 인천 퀴어 반대 연합집회'를 개최했다.
 
오전부터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한 참석자들은 무더위와 따가운 햇볕 아래서도 질서정연하게 앉아 찬양과 기도로 반대 연합집회를 준비했다.
 
이번 집회에는 인천의 많은 교계와 성도들이 참석했다. 인기총 총회장 황규호 목사를 비롯해 공동회장 강기선 목사, 직전총회장 이동원 목사, 강화군기독교연합회장 원명희 목사, 동구기독교연합회장 우강국 목사, 서구기독교연합회장 김민교 목사, 남동구기독교연합회장 김신 목사, 부평구기독교연합회장 김갑식 목사 등이 회개하는 마음으로 흰옷과 검은 넥타이를 매고 한자리에 모였다.
 
1부 집회에서 황규호 목사는 '느헤미야의 기도와 애국'이라는 주제로 설교를 전했다. 느헤미야 1장을 통해 '땀방울보다 더 귀한 것이 눈물'이라며, 하나님 앞에 흘린 회개의 눈물은 지난날의 모든 죄를 용서받게 하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황 목사는 "첫째 느헤미야는 나라와 민족을 위해 눈물로 기도한 사람이다. 둘째 느헤미야는 나라를 위해 기도해서 응답받은 사람이다. 셋째 느헤미야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일한 사람이다"라며 이 땅에 느헤미야처럼 일하는 애국자가 많이 세워지기를 축원했다.
 
이어 2부에선 △국가의 번영과 남북평화를 위해 △인천 경제 발전과 시장과 기관장들을 위해 △민족복음화와 세계 선교를 위해 △인기총 4,000교회와 100만 성도를 위해 △사이비 이단 척결 및 동성애 반대를 위해 참석자 모두 한마음으로 뜨겁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다.
 
3부는 김수진 집사의 아름다운 워십 공연과 부산대 물리학과 길원평 교수, 수동연세요양병원 염안섭 원장의 강연이 이어졌다.
 
길원평 교수는 "이 시대는 음란의 시대다. 의인이 사라지게 되면 멸망한다. 우리가 먼저 바르게 살고 본을 보여 다음세대인 자녀들에게 의로운 삶을 살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가 우리나라 동성애를 확산시키는 근원이라고 지적했다. 길 교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동성애 옹호 만화·애니메이션·영화 등을 만들어 학교 도서관에서 상영하는 등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자녀들을 세뇌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성적지향을 삭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길 교수와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나쁜 문화 확산시키는 퀴어문화행사 반대한다", "청소년 유혹하는 퀴어문화행사에 부평구청은 벌금과 과태료를 부과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2019 인천 퀴어 반대 연합집회' 참가자들이 가두행진을 하고 있다. 이날 집회는 평화로 시작해 평화로 마무리됐다.ⓒ데일리굿뉴스

집회의 모든 행사 끝난 후, 참석자들은 올(ALL)바른인권세우기 등 인천 시민단체들의 주최로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는 부평역 역전 지구대를 향해 "동성애를 반대한다", "음란집회를 반대한다"는 구호를 외치며 평화 가두행진을 이어갔다.
 
이번 반대 연합집회를 주최한 인기총 사무총장 강영주 목사는 이번 반대집회의 슬로건은 회개와 평화라고 밝혔다. 강 목사는 "교회가 먼저 회개하자는 마음으로 모였다. 또 작년처럼 부딪히지 않으면서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고 시민들에게 홍보하겠다"라고 전했다.
 
올(ALL)바른인권세우기 차승호 대표는 "인천기독교총연합회와 평화적인 집회를 통해서 동성애자를 미워하는 것이 아니라, 동성애 행위자체가 보건적으로 옳지 않고 성도덕을 해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을 전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차 대표는 이번 계기로 앞으로 인천퀴어축제 개최는 명약관화(明若觀火)라고 강조했다. 그는 "본질은 서로 간의 비방이 아닌 공공질서"라며 "동성애 축제 자체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성적·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광장이 아닌 체육관 등의 공간에서 19금으로 진행하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부평역 역전지구대 앞에 합류한 3,500여 명에 달하는 반대 연합집회 참가자들은 '동성애(성평등) NO'라고 적힌 피켓과 깃발을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찬양과 기도로 평화적인 시위를 끝까지 이어갔다.
 
이날 반대 연합집회에 참석한 조경아(안양, 30) 씨는 안양에서 남편과 세 자녀를 데리고 참석했다. 조 씨는 "퀴어축제를 계속하는 이유도 결국엔 차별금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한 것이 아닌가. 엄마 입장에서 어떻게 동성애를 당연한 것처럼 정상인 것처럼 가르치나. 그래서 반대하기 위해 나왔다. 인천에서 통과되면 계속 확산한다"고 강조했다.
 
대학생 이은지(인천, 24) 씨는 "집회에 직접 참석해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이제는 반대에 대해 탄압하는 시대가 됐다. 저희가 더 소수자 같다"고 말했다. 이 씨는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게 축제인데 퀴어축제는 너무 문란해 혐오감을 준다. 게다가 광장에서 하니깐 어린아이나 청소년들이 지나가면서 분별력 없이 받아들이고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가 열린 부평역 광장 모습 ⓒ데일리굿뉴스

퀴어축제 측, 광장~부평삼거리 약 3㎞ 거리 행진
 
인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는 오전 11시부터 부평역 쉼터광장에서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다.
 
퀴어축제가 열리는 광장에는 일찌감치 인천·경기 등 전국 지방경찰청 소속 38개 기동중대 3,000여 명이 에둘러 보호하고 있었다.
 
축제가 열리는 광장 안에는 다양한 부스 50개가 자리를 잡았다. 특히 프랑스, 영국, 독일 등 10개국 주한대사관도 이번 축제에 참여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광장부터 부평삼거리 약 3㎞ 구간을 거리 행진했다. 우려했던 충돌은 없었지만, 거리 행진을 마주한 일부 시민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에서 35년 동안 거주하다 지난해 한국에 왔다는 김미숙(55) 씨는 거리 행진을 보며 큰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김 씨는 "퀴어축제 소식을 접하고 반대 집회에 참여해야겠다는 생각에 왔다"며 "미국의 크지 않은 도시에서도 이렇게 타락한 모습을 못 봤다. 너무 놀랐고, 충격적이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타락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프다"고 말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했다가 우연히 거리 행진을 보게 됐다는 주부 강수경(인천, 32) 씨는 "사실 축제인지 잘 모르겠다. 동성애를 찬성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하는 것도 아니고 다 존중하는데, 성 소수자들이 자신들을 위해 꼭 이렇게 드러내면서까지 축제를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보면서 위협적인 것도 있고 선정적인 것도 있고 불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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