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밀하게 위협하게'…날로 교묘해지는 학교폭력

천보라 기자(boradoli@goodtv.co.kr) ㅣ 등록일 2019-08-29 15: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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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피해를 당해 고통을 호소하거나, 심지어 이를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 청소년 중 약 6만 명이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초등학생 피해자 및 정서적 폭력의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수법도 날로 교묘해졌다는 분석이 나와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에 교육 당국뿐만 아니라, 다음세대 회복을 외치는 교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학교폭력 전체 피해응답률 및 학교급별 피해응답률 (그래프=교육부 갈무리)

낮아지는 피해 연령, 증가하는 정서적 폭력
 
교육부가 최근 '2019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전수조사)'를 발표했다. 조사는 1년 동안(2018년 2학기~2019년 1학기)의 학교폭력 관련 경험 및 인식에 대해 초·중·고등학교(초4~고3) 전체 학생 410만 명 중 372만 명(90.7%)을 대상으로 4월 한달간 진행했다.
 
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 경험에 대한 물음에 6만 명의 학생이 "학교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자 수가 6만 명대에 오른 것은 지난 2014년(6만 2,000명)에 이어 5년 만이다.
 
학교폭력 가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학생 수도 늘었다. 학교폭력 가해 응답률은 2만 2,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만 3,000명(0.6%p) 증가했다. 학교폭력 피해·가해 응답률이 동시에 늘어난 것은 2012년 조사를 한 이래 처음이다.
 
올해 조사에서는 학교폭력의 저연령화 양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교폭력은 초등학교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초등학교 피해응답률은 3.6%로, 중학교(0.8%)와 고등학교(0.4%)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증가 폭도 0.8%p 가장 컸다.
 
학교폭력 피해유형도 주목할 만하다. 물리적 폭력보다 언어폭력이나 집단따돌림, 사이버 괴롭힘(Cyber Bullying·사이버불링) 등 정서적 폭력 비중이 더 컸다. 피해수법도 날로 교묘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유형 비중은 언어폭력이 35.6%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집단따돌림(23.2%), 사이버 괴롭힘(8.9%) 등의 순이었다. 신체폭력은 다소 주춤한 대신 집단따돌림은 지난해보다 6.0%p 늘며 가장 큰 증가 폭을 보였다.
 
교육부 관계자는 "집단따돌림을 당한 학생의 41.4%가 언어폭력을, 14.7%가 사이버 괴롭힘을 중복해서 경험했다"며 "집단따돌림이 다른 폭력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근절을 위해 교육당국과 한국교회의 역할이 절실해지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법적 해결 아닌 교육의 질적 변화 마련해야
 
이번 조사에 대해 김영식 좋은교사운동 공동대표는 초등학생들이 폭력에 민감해진 동시에 법적인 적용이 많아진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와 달리 친구 관계에서 갈등이나 문제가 생기면 학교폭력위원회라는 법에 의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학부모나 아이들 속에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실제 폭력에 대해서는 처벌과 피해를 회복시키는 조치가 필요한 반면, 친구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에 대해서는 단순히 신고하고 끝내는 게 아니라 갈등을 직면하고 더 나은 관계로 발전시킬 수 있는 힘을 기르도록 하는 게 교육적으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서적 폭력, 특히 청소년 사이에서 사이버불링이 증가하는 양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사회 속 SNS가 일상화되면서 더는 새삼스러운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학교폭력뿐만 아니다. 모든 것이 다 사이버 공간으로 갔다"며 "사이버 사기가 늘어나서 강도 사건이 감소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교육 당국의 대책에 회의적인 목소리도 이어졌다. 이 교수는 "문제를 일으키면 학교 밖으로 떨어져 나가는 시스템"이라며 피해자는 자발적으로 학교를 떠나고 가해자들은 쫓겨나는 것이 결국 '학교폭력'이라고 말했다.
 
계속해서 "학교에서 나가면 우리 일이 아니라는 식의 접근이 더 문제다. 지금 학교 밖 청소년들은 그 어떤 때보다 위기"라며 "교육부가 학교폭력만큼 학교 밖 청소년들이 경험하는 문제도 신경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가운데 교회와 기독 교사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김 대표는 먼저 교회가 사회적으로 어려움 속에 있는 가정을 지원하고 사랑을 실천하는 동시에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종의 학부모 교육등을 담당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동시에 "입시 위주, 성적 중심의 교육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강조하며 "관계성 교육, 공동체성 교육 등 교육의 질적인 변화를 기독 교사들이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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