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이 신체 장기에 감염해 심각한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현상이 ‘패혈증’(sepsis)이다. 최근 전용치료제가 개발되지 않은 패혈증을 치료할 치료제 개발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큰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PHLPP 발현 자궁경부암 세포(좌) 핵 국소화 신호 부위(중) 같은 돌연변이 부위(우)(사진출처=연합뉴스)

패혈증은 여러 종류의 세균 감염으로 일어날 수 있어 광범위한 항생제요법이 필요하다. 적절한 항생제를 투여하고 감염 부위의 고름을 제거하는 치료를 서두르지 않으면 패혈증은 치사율이 50%가 넘는 패혈성 쇼크를 일으킨다.

문제는 패혈증에는 특별한 진단법이 따로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체온, 맥박 및 호흡 횟수, 혈압, 백혈구 수치 등을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감염 부위를 찾아내 항생제를 투여하는 치료법이 주로 쓰이나 그 과정에서 환자의 혈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각 신체 조직에 혈액과 산소도 충분히 공급되게 해야 한다.

패혈증은 병원 응급실 사망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에선 해마다 최소 170만 명의 성인이 패혈증에 감염돼 이 중 27만 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에서 사망하는 환자 3명 중 1명꼴은 패혈증이 직접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승인받은 패혈증 전용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미국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UCSD) 과학자들이, 염증 제어에 관여하는 특정 효소를 제거하면 패혈증 치료에 큰 효과가 있다는 걸 동물 실험에서 밝혀냈다. 이 발견은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UCSD 의대의 알렉산드라 뉴턴 약물학과 교수팀은 8월 13일(현지시간) 관련 연구보고서를 과학 저널 'eLife'에 발표했다. 대학 측은 이날 온라인에 연구개요( 링크 )를 공개했다.

뉴턴 교수팀은 수년 전에 PHLPP1 효소를 발견해 종양 억제와 관련된 연구를 했다. 이번엔 같은 의대의 염증 전문가인 크리스 글래스 박사, 박테리아 감염에 정통한 빅터 니제 박사 등과 협력해 새로운 실험을 진행했다.

단초는 PHLPP1의 영향을 받는 여러 개의 면역세포 유전자를 관찰하다가 찾았다.

PHLPP1 효소가 염증 유전자를 제어하는 STAT1 전사인자에서 인산염을 떼어낸다는 걸 알아낸 것이다. 이럴 때 인산염은 화학적 꼬리표(small chemical tags) 기능을 한다.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뉴턴 교수는 "그동안 염증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다른 단백질에 인산염 꼬리표를 붙이는 효소에 초점을 맞춰 왔다"면서 "이 꼬리표를 없애는 효소가, 패혈증 치료의 새로운 표적이 돼 홍미롭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PHLPP1을 제거한 생쥐와 정상 생쥐를 두 그룹으로 나눠, 대장균과 지질다당류(LPS)를 함께 투여했다. LPS는 박테리아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강한 면역 반응을 일으킨다.

닷새 후 정상 생쥐들은 모두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으로 죽었다. 하지만 PHLPP1를 제거한 생쥐들 가운데 절반은 멀쩡히 살아남았다. 비록 동물 실험이긴 하나 PHLPP1의 패혈증 치료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뉴턴 교수팀은 PHLPP1 억제 약물을 찾기 위해 수천 종의 화합물을 스크린하는 작업에 이미 착수했다. PHLPP1를 억제하는 화합물을 발견하면 패혈증 치료제 개발에 초석이 놓이는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연구팀의 니제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패혈증이 발병했을 때 면역세포를 제어하는 기초적 신호 경로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이런 발견은 백혈구의 살균력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패혈증을 통제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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