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흑당 음료 브랜드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대한민국은 흑당에 빠졌다.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외관과 건강한 단맛이라는 매력에 인스타그램에는 '#흑당버블티' 게시물이 4만 개 이상 있다. 하지만 급성장한 흑당 음료의 인기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다.
 
 ▲흑당 버블티 (사진제공=대동병원)

높은 칼로리, 하루 당 권장 섭취량 육박

최근 늘어나는 흑당의 인기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흑당은 정제 과정을 거치는 설탕과 달리 사탕수수즙이 검은 빛깔이 될 때까지 끓이고 식혀서 만든다. 칼륨, 마그네슘, 칼슘, 철 등 원료의 영양을 담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량일 뿐 90%는 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중 흑당 음료는 한 잔당 30~40g 정도의 당을 함유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제시한 1일 당 권장 섭취량인 25g을 훌쩍 넘는다. 게다가 열량도 평균 300kcal로 만만치 않다. 콜라 한 캔(250ml)이 약 100Kcal에 30g 정도 당을 보유한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수치다. 결국 '건강한 단맛'이라 광고하는 흑당 음료도 많이 섭취한다면 건강을 잃을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이 하루 전체 섭취 칼로리의 10%를 넘는 경우 당뇨병 위험률 41%, 고혈압 위험률 66%, 비만 위험률은 39% 증가한다.
 
부산 대동병원 내분비내과 이민진 과장은 "첨가당인 흑당은 소화 흡수가 빨라 혈당을 급상승 시켜 인슐린 과잉 분비,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체내에 지방으로 축적된다"며 "이를 장기적으로 섭취하면 당뇨, 비만, 심장병 등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음료 구매 때 영양성분 표시를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단맛은 중독성이 있어 그 위험이 더 크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설탕을 장기간 과다 섭취하면 뇌의 쾌락 중추에 작용하는 도파민이 분비되고, 내성이 생겨 더 많은 도파민 분비가 일어나게 하기 위해 설탕을 더 많이 먹는 중독 현상이 나타난다.
 
중앙대병원 건강증진센터 이승은 교수는 "당은 어디서 추출했든지 많이 먹으면 결국 좋지 않다"며 "특히 어릴 때 단맛에 많이 노출된 아이들은 커가면서 점점 더 강한 단맛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매장, '제2의 대왕 카스텔라' 위험
 
흑당 음료는 소비자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우후죽순으로 늘어나는 흑당 음료 전문점이 '제2의 대왕 카스텔라' 사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흑당 음료는 대만 브랜드 타이거슈가가 올해 3월 국내에 상륙하면서 본격적으로 인기를 얻었다. 강남에 쉑쉑버거가 오픈 했을 때처럼 홍대의 타이거슈가 1호점도 엄청난 대기 줄을 자랑했다.
 
타이거슈가의 인기와 함께 더앨리, 흑화당, 쩐주단 등 '흑당 전문 브랜드'도 급속도로 많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공차 등 기존 프렌차이즈 커피 전문점에서도 흑당 메뉴를 출시했다.
 
공급처가 늘면서 흑당 음료는 희소성을 잃고 있다. 업계에서는 흑당 음료의 인기가 '길어야 올해까지'라는 전망이 나온다. 흑당 음료의 인기가 벌집아이스크림이나 치즈 등갈비처럼 반짝하고 사라진다면 전문 매장들은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한국산업경제연구소 정정용 대표는 “흑당 음료를 타이거슈가에서만 팔면 안 먹어본 사람들의 호기심으로 오랫동안 인기가 유지될 수 있겠지만 지금은 타이거슈가에 가야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메뉴가 아니기 때문에 흑당 음료 매장들이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수명이 1년 이하인 반짝 아이템으로 단기간에 초기 창업 투자비를 회수하고 이윤까지 남기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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