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으로 인정되려면 원칙적으로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는 경우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은 행위의 경우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경우 등을 말한다.
 
하지만 각 조항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노동부는 혼란을 줄이고자 문답 자료를 내놓고 어떤 행동이 직장 내 괴롭힘인지 구체적인 예를 제시했다.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됐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pixnio

남자 직원만 생수통 교체 지시, 괴롭힘 해당

직장 내에서 ‘수적 우세’를 이용하면 괴롭힘에 해당한다. 나이·학벌·성별·출신지역·인종 등의 인적 속성에 따라 우위가 성립해도 괴롭힘 가해자가 될 수 있다. 근속연수나 전문지식 등의 ‘업무역량’, 노조 등의 ‘근로자 조직의 구성원 여부’, 감사?인사 부서 등 ‘직장 내 영향력’, ‘정규직 여부’ 등에 따라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운 지위를 가졌다고 판단돼도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이 조항에 따라 남성에게만 “정수기 물통을 교체하라”는 것도 성별에 따른 차별이므로 괴롭힘에 해당한다. 설명에 따르면 여성이 절대적으로 다수인 조직에서 여성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남성 직원에게만 이 같은 일이 반복적으로 몰린다면 괴롭힘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여성에게 “커피를 타오라”고 말하는 것도 괴롭힘에 해당한다.
 
또 다른 예시도 있다. 고졸 사원이 대다수인 회사에 유일한 대졸 사원이 있고, 고졸 사원 무리가 대졸 사원을 따돌리고, 식사 시간도 배제하며, 가시 돋친 말을 한다면 ‘수적 우세’에 따라 괴롭힘에 해당한다. 무리의 속성이 반대여도 해당한다.
 
업무 성과 위한 질책은 괴롭힘 아냐


업무에 성과를 내거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독려 또는 질책은 원칙적으로 적정 범위 내에 행위로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실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지점장들과 동일한 방식으로 매일 행원들의 성과를 점검하는 은행 지점장은 괴롭힘에 해당되지 않는다. 일을 수주 받아 처리하는 업종 특성상 마감시간과 업무량이 정해져 있어 근무시간 외에 업무지시를 하는 경우가 있는 광고회사 부장 또한 괴롭힘 가해자가 되지 않는다.
 
사적 용무를 지시하거나 사생활에 대해 묻는 것은 업무상 필요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원칙적으론 괴롭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성적인 언동으로 볼 질문이 없는 질문은 해당이 안 된다. 예컨대 “애인은 어떤 일을 하냐”고 묻는 것은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무시간 이외에 사업장이 아닌 장소에서 직원 상호 간 발생한 괴롭힘은 업무 관련성이 없으면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볼 수 없다. 서로가 동창인지 모르다가 우연히 동창회에서 만난 A씨와 B씨가 술자리에서 과거사를 이야기하다가 해묵은 원한을 이유로 다툼이 발생해 물리적 상처를 입혀도 개인적 갈등상황으로 간주한다.
 
구체적 사례가 제시되긴 했지만 여전히 판단 기준은 모호하다. 이런 사례들에 대해서는 각 지방 노동청마다 위원회를 만들어 판단하기로 했다. 지방노동관서별로 ‘직장 내 괴롭힘 전담 근로 감독관’ 제도를 운영해 위원회를 거쳐 ‘직장 내 괴롭힘’의 여부를 판단한다.
 
고용부 김경선 근로기준정책관은 “노동자들이 상호 존중하고 건강한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기업 문화를 만들면 생산성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가 직장 내 괴롭힘에 단호하게 대처하면서 구성원 간에 서로 존중하는 직장 문화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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